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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전시, 아래만 잡는 공직기강 '난망'
[사설] 대전시, 아래만 잡는 공직기강 '난망'
  • 디트뉴스
  • 승인 2019.09.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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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전시청에서 발생한 ‘청사내 미용시술’은 땅에 떨어진 공직기강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 후 대전시와 시공무원들에 대한 정부기관의 감시 강도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전시도 자체 대책을 마련했으나 부정 출장 금지 복무점검 강화 등 통상적인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달 1회 전부서 복무점검을 실시하고, 감사위원회와 합동 점검도 분기별로 벌일 계획이다. 외부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낮 12시 전에 청사 밖으로 나가는 것 자제, 중식 시간 1시간 엄수 등 세세한 조항까지 마련했다. 위반한 직원은 물론 위반 의심을 받는 직원까지 감사위원회에 통보하기로 하는 등 기강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흐트러진 기강을 세우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아래 사람만 잡는 방식’으로는 힘들다. 윗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기강이 설 수 없다. 조직의 수장(首長)과 윗사람들이 본보기가 되지 않는 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조직은 위에서 흐트러진 뒤에야 아래서도 어지러워지는 법이다. 

청사 내 미용시술사건이 터질 무렵, 대전시는 ‘시장실 부시장실 등 일부 고위 간부 사무실과 시의원 사무실에만 특별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고 있었다. 윗사람들은 시원하고 따듯하게 지내고자 하는, 3억5000만 원이나 드는 공사였다. ‘간부들만 위한 특권 냉난방’이란 비판에 에어콘 가동을 중단했다는 얘기는 나왔으나 시는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청사내 미용시술 사건은 어쩌다 생긴 우연한 사건이 결코 아니다. 조직이 위에서 이미 흐트러진 뒤에 아래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용시술 사건은 명확하게 처리되지도 못했다. 사건 후, 대전시는 “그 이상의 사건은 없다”고 밝혔으나 그대로 믿는 직원들은 거의 없었다. 사건이 제대로 밝혀지면 간부 공무원들도 무사할 수 없기 때문이란 소문만 무성한 채 사건은 덮이고 말았다.

추석 등 명절 때만 되면 기관마다 공직 기강을 다잡는다는 보도가 나오곤 한다. 청내 미용시술로 인해 땅에 떨어진 대전시로선 이 문제에 관한 한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위에서부터 솔선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다산(茶山)의 충고는 200년이 넘었으나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래 공무원들을 단속하는 근본은 자기 자신을 규율(規律)함에 있다. 자기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일이 행해질 것이요, 자기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해도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공직 기강 확립이 정말 절실한 문제라면 시장과 부시장 이하 간부들부터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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