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확대 엔트리의 명확한 활용, 신구 조화 이루어져야

한용덕 감독의 내년 시즌을 위한 선수단 옥석가리기가 주목된다.
한용덕 감독의 내년 시즌을 위한 선수단 옥석가리기가 주목된다.

2019 시즌 페넌트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최소 10경기(키움), 최대 17경기(두산, LG)만을 남겨두고 있다.

가을야구행 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5위 NC와 6위 KT의 신생팀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두 팀의 승차가 없어졌다. 정확하게 5할 승률을 맞추면서 사이좋게 5위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시즌 마지막까지 가봐야 그 주인공을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KT의 절실함이냐 아니면 지난 시즌 최하위의 굴욕을 씻어내며 신흥 강호로서의 위용을 다시 발휘할 NC의 저력이냐가 주인공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내내 최강으로 1위 자리를 단단하게 지켜왔던 SK는 두산의 추격을 뿌리치는 모습(4.5경기 차)이고 무서운 상승세의 두산은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키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2, 3위의 간격도 제로(0)가 되었다. 두산이 승률에서 4리 높을 뿐이다. 남은 경기 일정 상 두산과 키움의 2위 싸움도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하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화와 롯데는 롯데의 하염없는 하락세로 한화가 조금은 여유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일요일 경기에서 롯데가 한화를 상대로 8연패를 끊으며 다시 2.5경기 차이로 좁히며 마지막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즌을 위한 확대 엔트리의 효율적 활용과 명확한 비전 제시 필요

9월부터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면서 모든 팀들이 선수 운영에 있어서 여유가 생겼다. 대개 가을야구에 가까워진 팀들은 가을야구 엔트리를 구성을 위한 옥석가리기에 여념이 없는 시기이고 가을야구와 멀어진 팀들은 내년 시즌을 위한 엔트리 운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현재 엔트리 운영은 내년 시즌을 위한 운영이라 보기에는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진다. 중견급 이상의 선수들이 중용되면서 경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호잉 등 시즌 내내 많은 경기를 뛰었거나 잔부상이 있었던 베테랑들을 쉬게 하면서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베테랑들을 대신해 기회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김회성, 백창수, 김민하, 양성우 등이다. 이 선수들의 기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현재 이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내년에도 반드시 한화이글스에 필요한 자원들이다.

하지만 시즌 내내 퓨처스에서 기회를 기다리거나 1군에 잠깐 얼굴을 내밀었던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내야 자원의 발탁은 올시즌 한화이글스의 숙제임을 시즌 내내 확인이 되었지만 확대 엔트리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다.

시즌 내내 중용되었던 고졸 신인 노시환이 유격수로 출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퓨처스에서 유격수를 맡았던 박한결이나 김현민 그리고 중견 최윤석 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 시즌 노시환을 유격스로 포지션을 변경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또한, 이용규가 빠지고 정근우가 고전하면서 외야에도 구멍이 났었는데 장운호, 유장혁, 이원석 등에게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화는 올시즌 하주석과 강경학의 부상으로 내야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외야에서는 이용규의 이탈과 정근우의 부상과 부진으로 역시나 엔트리 구성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내야에서는 오선진과 정은원에게만 의존하면서 시즌 중반 이후 과부하가 걸렸고 외야에서는 호잉의 중견수 이동과 이성열의 외야 수비 그리고 “나는 좌익수다” 오디션을 시즌 내내 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결국 호잉은 시즌 14경기를 남기고 피로 골절로 시즌 아웃되었다.

지금 확실하게 내년 시즌을 위한 옥석을 가리기 시작하지 않으면 또 다시 내년 시즌 올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물론 내년 시즌 이용규와 하주석이 돌아오고 장진혁과 정은원이 더 성장을 해주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이용규와 하주석이 정상적으로 복귀할지, 장진혁과 정은원이 과연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더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용덕 감독은 반드시 올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 플랜 B와 C까지도 염두에 두고 선수 운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대교체를 통한 체질 개선 뿐 아니라 신구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화이글스는 박종훈 단장이 영입되고 한용덕 감독이 선임되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리빌딩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를 통해 일부 베테랑들을 정리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띠었다. 이는 비단 한화 뿐 아니라 모든 팀들의 기조와 맞물려 일어났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기대했던 만큼 선배들의 경기력을 넘어서며 비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아직까지 한화이글스는 베테랑들의 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위적인 리빌딩은 오히려 팀의 분위기를 헤치고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것을 많은 팀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한화이글스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한화이글스는 고참과 젊은 선수들을 이어주는 소위 중간층의 선수들이 많지 않다.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이성열 등의 고참과 5년 차 이내의 젊은 선수들을 이어줄 10년차 정도의 선수들이 적기 때문에 고참들은 젊은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은 고참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야수에서는 최재훈, 오선진, 양성우가, 투수에서는 장민재, 이태양 등이 해당되는 연령대이다. 하지만 이 연령대에 있는 선수들도 확실한 주전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본인들의 팀 내 입지를 다지는 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재훈이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섰고 오선진도 하주석의 이탈을 틈 타 본인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으며 장민재도 팀의 구세주 역할을 했으며 시즌 내내 부진했으나 다시 부활이 절실한 이태양까지, 이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하면서 팀의 케미를 좋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용덕 감독은 냉정하게 모든 선수들의 경기력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 베테랑들의 경기력이 좋으면 그들을 기용해야 한다.

나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젊은 선수들도 기회가 왔을 때 본인들의 가치를 보여줄 때 선배들을 뛰어 넘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은 기간 내년 시즌을 위한 한용덕 감독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2018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가 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우승을 거머쥔 1999 시즌.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로 대망의 V2 사냥을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2019 시즌을 맞아 대망의 V2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갖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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