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87] 여야 정치논리 떠나 국혼(國魂) 존재하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 앞서 국민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 앞서 국민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장관 한 명 임명하는데 온 나라가 소란스럽습니다. 그 소란에도 대통령은 어떻게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에 앉히려고 합니다. 여전히 그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남았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논란과 의혹을 해명했습니다. 긴 시간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갔지만, 방점은 “만신창이가 됐어도 해 보겠다”에 찍었습니다. 오늘(6일)은 국회 청문회장에 나와 ‘2차 검증대’에 섭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나흘 전과 대동소이할 걸로 짐작됩니다.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든 생각은요. 여야 정치 논리를 떠나 ‘과연 이 나라에 혼(魂)이 존재 하는가’입니다.

지금 조 후보자 임명을 가장 반대하는 계층은 20대 청년들입니다. 그들은 법과 원칙에 앞서 문재인 정부 전면에 내건 ‘공정사회’에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들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강의실을 떠나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든 그들에게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고 한들 곧이들을까요?

한 여론조사 기관 조사 결과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이후에도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는 20대와 학생 비율이 60%를 넘었습니다. 조 후보자 스스로도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고 사과했습니다.

기성세대야 ‘도대체 나라가 어찌되려고 이러나’ 탄식하고 말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청년들은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개혁은 다음 문제입니다.

조 후보자는 교수 시절 <진보집권 플랜>이라는 책에서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사회 구성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고 같은 출발선에 놓아야 합니다”라고 썼습니다. “고속도로 비유를 한번 더하자면 자기는 1차로를 씽씽 달리면서 다른 사람은 못 들어오게 막는 셈이죠. 이는 경쟁의 이름으로 특권을 포장하는 거에요”라고도 했습니다.

어찌됐든 조 후보자는 곧 대한민국 법무부 수장에 오를 겁니다. 본인은 만신창이가 됐어도 장관 자리에 앉겠지만, 만신창이만 된 청년들 마음을 위로하는 건 누구의 몫일지.

대한민국 장관 한 명 임명하는데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고, 청년들이 분개하는 나라. 이들이 이끌어 갈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반칙과 특권이 통하는 세상, 상식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극단의 이념 대립에 '국혼(國魂)'은 살아있는지도 걱정입니다. 내편이 아니면 적으로 몰았던 일제 식민지나 한국전쟁 때 같은 위기가 온다면 어떻게 이겨낼지 의문입니다.

50대 후반의 한 지인은 ‘조국 사태’를 보면서 “이 나라를 한동안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외국에 나가 5년이든, 10년이든 살면서 이 나라를 바라보고 싶다는데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고 합니다.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치와 사회, 교육과 문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까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 생각할까요?

국혼(國魂)은, 다른 말로 ‘얼’이나 ‘민족정신’입니다. 국민 모두가 얼이 빠져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막막해지는 2019년 대한민국의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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