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 뿌리축제’를 놓고 이 행사를 진행하는 중구청 집행부와 구청 공무원 노조가 얼굴을 붉히고 있다. 공무원 노조가 공무원들의 부정적 반응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 행사 운영의 문제점을 비판하자, 구청 측은 객관성 없는 조사라며 비판했다. 동 행복센터 직원 158명의 응답을 받은 설문조사에서 축제에 ‘만족’ 비율은 10%에 불과했고, ‘불만족’ 등 부정적 평가가 50%에 달했다.

이 조사는 설문 대상이 이 행사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 등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는 축제가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동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공무원도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응답자의 70%는 개선이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 공무원과 주민 동원을 꼽았다. 

공무원과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야 한다는 말은 설문조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 축제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여러 성씨 조형물을 설치해 만든 뿌리공원은 전국에서 유일한 효(孝)테마파크다. 잘 개발하면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 데도 공무원과 주민들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뿌리축제의 문제점은 뿌리축제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제 명칭과는 달리 뿌리의 의미를 살린 컨텐츠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축제는 작년 정부 지원 축제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가장 큰 이유가 컨텐츠 부족이었다. ‘뿌리와 효’라는 주제는 좋은데 실제 축제 내용은 그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탈락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중구는 이 축제를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중구의 한 구의원은 “축제를 관장하는 위원회가 있지만 구청장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없는 위원들로만 구성돼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분위기”라고 했다.

중구, 뿌리공원 살리는 대책 대전시와 협의해야

뿌리축제와 축제가 열리는 뿌리공원은 관광자원이 부족한 대전시로서도 가장 유망한 관광상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아직은 공무원과 주민들까지 동원해야 하는 그저 그런 축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용이 8억 원이나 소요되는 축제인 데도 믿을 만한 관람객 통계조차 나오지 않는다. 뿌리공원은 평소 10명이 넘게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뿌리축제는 관람객보다 정치인들이 명함 뿌리러 오는 행사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뿌리축제와 뿌리공원 문제는 중구의 능력만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아이디어든 예산이든 대전시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한때 중구는 뿌리공원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전시에 떠넘겼다가 다시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더 이상의 실질적 개선은 어려워 보이는 만큼 대전시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 

중구는 노조설문의 문제점만 지적할 게 아니라 뿌리공원과 뿌리축제를 살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가장 큰 책임이 박용갑 구청장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항간에는 총선출마가 예상되는 '구청장의 레임덕'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말이 떠돈다. 구청장 생각이 어디에 있든 구청장으로서 중구와 구민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만을 생각하고 일하는 게 구청장 자신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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