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11월 6일, 아트센터쿠

Descending the Mountains 하산
Descending the Mountains 하산

작품 속 얼굴 형태가 왜곡되어 있어 보기에 익숙하지가 않다. 얼굴 같기는 한데 얼굴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애매하다. 아래로 쭉 뻗은 손의 강한 근육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상반신이 직사각형의 구조물에 붙잡혀 있는 인체는 오히려 그것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의지가 함께 표출된 듯하다. 강렬한 인체 묘사와 연출적인 장면이 압도적이다.

‘구상조각의 천재 류인(1956∼1999)’. 류인은 한국 추상화단의 대가 류경채와 희곡작가 강성희 사이에 태어나 홍익대와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후 추상과 설치작업이 지배적인 화단에 구상 조각가로 발판을 굳히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지만 안타깝게 43세의 나이

Yun’s Rationale II 윤의 변 II
Yun’s Rationale II 윤의 변 II

로 요절한 작가이다.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은 비록 10년 정도로 짧았지만 우리 미술계에 한 획을 그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중앙 미술대전 특선, 문체부가 수여한 ‘오늘의 젊은 작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류인추모 20주년 특별기획전 <흙으로 돌아간 류인>展이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아트센터쿠에서 오는 5일부터 11월 6일까지 개최된다.

 

 

 

Resurrection-Calm Dawn 부활-조용한 새벽
Resurrection-Calm Dawn 부활-조용한 새벽

 

 

 

 

류인은 김복진에서 권진규의 표현적 리얼리즘 계보를 잇는 구상조각의 천재였다. 구상주의 전통을 이어 받았으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조각가로 새로운 표현을 과감히 추구했다. 20세기 한국의 조소예술가들 가운데 권진규가 인간의 고통과 소외에 가장 진지하게 맞선 작가였는데 류인의 표현적 리얼리즘은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죽음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세상과 싸운 류인의 열정은 ‘고통스런 상황에 관한 절망과 희망의 명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romise with Him 그와의 약속
Promise with Him 그와의 약속

류인은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상당히 중요시했다. 추상과 설치작업이 대세였던 1980년대 미술계는 류인으로부터 혁신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한 정밀하고 강력한 묘사의 구상조각이 부상했다. 강렬한 인체 묘사와 연출적인 장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란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았다. 그는 80년대에 인체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형태를 분절하고 또 왜곡을 했고, 90년대에는 고뇌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억압적인 사회 구조를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흙으로 돌아간 류인>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류인에게서 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매체이다. 그는 “흙이 곧 나의 작업의 시작이자 끝이며, 삶의 자유이자 돌파구”라고 항상 말했다. 흙이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가장 잘 표현해 주었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자 삶의 원동력이었다. 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그가 흙이라는 재료가 자신이 원하는 형태를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적 사유를 던지면서 작품을 흙으로 빚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트센터쿠 전미영 대표는 “류인은 비록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작품 활동을 했지만 구상조각가로서 우리 미술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의 틀을 뛰어넘는 미학을 보여준 그의 작품세계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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