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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이스탄불 지하궁전
[130] 이스탄불 지하궁전
  • 정승열
  • 승인 2019.09.0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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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성당을 관람하고 나온 뒤, 길 건너 도보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지하 저수시설인 예레바탄 사라이(Yerebatan Saray)를 찾아갔다. 대지가 건조한 이스탄불에서는 일찍부터 곳곳에 저수시설을 많이 만들었는데, 특히 유럽과 아시아대륙의 사이에 위치하여 많은 전쟁을 치를 때 비상식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532년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건축한 예레바탄 사라이는 “땅에 가라앉는 궁전‘이라는 의미인데, 지하저수시설을 궁전 못지않게 화려한 코린트식으로 장식해서 지하궁전(Saray=Place)이라고도 한다.

BC 667년 그리스의 미케네 인들이 건설했던 식민도시 비잔티움(Byzantium)은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Constantinus: 재위 306~337)가 동로마 황제가 되어 동로마의 수도로 삼고 '신 로마'(New Rome)라고 불렀는데, 313년 기독교를 최초로 공인했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325년 ‘신 로마’에 소피아 성당(Hagia Sophia)을 건축했다.

그 후 200년이 지난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JustinanusⅠ: 482~565)가 5년에 걸친 대대적인 공사 끝에 소피아 성당을 지름 33m, 높이 56m의 돔(Dome)으로 크게 확장했는데, 소피아 성당의 높이 56m는 아파트 20층 높이에 상당하므로 현대 건축물과 비교한다 해도 얼마나 큰 건축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로마의 아치식(Archaic) 기술과 동방의 돔(Dome) 기술이 조합된 건물이다(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소피아성당에 관하여는 2019. 8. 5. 소피아성당 참조). 
 

1. 지하궁전 입구
1. 지하궁전 입구

1-1. 안내문
1-1. 안내문

2. 지하궁전 전경
2. 지하궁전 전경

 532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신 로마에서 20km나 떨어진 벨그라드(Belgrad) 초원에서부터 발렌스 수도교(水道橋)를 만들어 물을 끌어와서 폭 70m, 길이 140m나 되는 거대한 저수시설에 약 8만 톤의 물을 저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하궁전은 1925년 지하철 공사를 하던 중에 발견되었으며, 터키 정부는 저수조를 보수한 뒤 1987년부터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지하궁전은 터키에서 현존하는 최대 지하 저수조이고,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외관상 평범한 대리석 건물 한쪽 면에 지하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데, 입장료는 20터키리라(한화 약 4000원)이다. 계단을 내려가면 조명이 켜져 있지만, 매우 어두컴컴하다.

계단을 내려간 지하저수조의 한 구석에는 상인들이 전통의상을 빌려주거나 사진촬영 등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가로 70m, 세로 140m의 지하저수조는 한 줄에 17개의 둥근 돌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모두 336개가 지탱하고 있는데, 그 기둥들은 청동 대리석 혹은 화강암 대리석 등 다양한 석재이며 또 돌기둥에 새긴 조각도 다양한 문양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둥이 각각 모양이 다른 것은 동로마 전국의 신전에서 석재를 뜯어서 건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저수조에 수심 측정기의 눈금을 새겨두었으며, 혹시라도 누군가가 물에 독약을 풀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물고기를 길렀다고 한다. 지금도 물고기들이 수조 속을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지하궁전은 축구장 면적(68m×105m)보다 넓은 시설이고 모양과 재질이 각각 다른 다양한 돌기둥으로 세웠다는 점이 특징이지만, 관광객들은 저수조의 왼쪽 통로 가장 안쪽에 있는 뱀의 머리에 두 눈을 부릅뜬 얼굴의 ‘메두사(Medusa)의 머리’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메두사는 그리스신화에서 바다의 신 폰토스와 케토 사이에서 태어나 세 딸 중의 하나로서 머릿결이 곱기로 소문난 아름다운 처녀였으나, 그녀는 자신을 아테네 여신의 미모와 견주다가 아테네 여신의 저주를 받고 어금니는 멧돼지처럼 변하고, 아름답던 머리카락은 무수한 독사로  변했다. 괴물이 된 메두사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해 버려서 수많은 용사들이 괴물 메두사를 처치하러 갔지만 모두 돌로 변했다. 

3. 지하궁전 전경
3. 지하궁전 전경

3-1. 지하궁전 보행자통로
3-1. 지하궁전 보행자통로

3-2 지하저수조 물고기
3-2 지하저수조 물고기

이때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Perseus)의 어머니 다나에(Danae)를 차지하려는 흑심에서 방해가 되는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목을 베어올 것을 명령한다. 폴리덱테스 왕은 페르세우스를 메두사에게 보내서 죽이려는 의도였으나, 헤르메스는 그에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신발을 빌려주고, 또 메두사를 미워하는 아테나는 자신의 방패 아이기스(Aigis)를 빌려주었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마법에 걸리지 않으려고, 청동방패에 비치는 메두사의 모습을 보면서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목을 쳤다. 이때 메두사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페르세우스가 친 칼에 목이 잘린 메두사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땅에 스며들어 날개 달린 천마(天馬) 페가수스(Pegasus)가 태어났다고 전한다. 

이후 메두사의 목은 아테네 여신의 방패에 장식품이 되었으며, 메두사의 얼굴 장식이 있는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천하무적의 상징인 아이기스 방패라고 했다. 가죽 바탕 중앙에 고르곤의 목을 배치하고, 많은 뱀의 머리로 장식하는 아이기스는 오늘날 미국의 첨단 잠수함이나 군함(Aegis Ship)의 이름이 되었으며, 그 겉에는 메두사의 얼굴로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궁전의 돌기둥에 주춧돌처럼 맨 밑바닥에 놓인 메두사의 머리는 2개 중 하나는 똑바른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옆으로 누운 모습이다. 이런 모습으로 기둥을 세운 것에 대해서는 메두사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고, 또 2개의 메두사 두상은 다른 신전에 있던 것을 떼어낸 것인지 아니면, 지하저수조를 건설하면서 새로 조각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1500년 전엔 6세기에 이렇게 넓은 대규모 지하 물 저장소가 오랜 세월동안 햇볕이 스며들지 않았는데도 습기나 이끼가 전혀 끼지 않으며, 누수도 되지 않도록 튼튼하게 건설되었다는 고대의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아쉬운 점은 조명시설이 너무 어두컴컴해서 지하궁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4. 지하궁전 석주
4. 지하궁전 석주

4-2. 지하궁전 석주
4-2. 지하궁전 석주

5-1. 메두사 두상
5-1. 메두사 두상

5-2. 메두사 두상
5-2. 메두사 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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