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86] 정치‧행정 성과 부진에 멀어지는 민심

자료사진. 리얼미터
자료사진. 리얼미터

62.2%. 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26일 발표한 충청권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입니다. 아무리 보수층이 단단하다고 해도 충청권에서 문 대통령 부정평가가 60%를 넘은 건 이례적입니다. 이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긍정평가 34.1%·부정평가 60.3%)을 넘어 전국 최고치입니다. 충청권 정당 지지율도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습니다.

충청권은 2년 전 대선과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포함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천안갑‧천안병)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그래서 현재 광역‧기초단체뿐만 아니라 지방의회까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수 이미지가 희석된 지역 정치구도에서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은 차갑습니다. 대체 무슨 영문일까요?

우선 최근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지역 민심을 움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겁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이에 따른 한미동맹 악화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 물론 결정타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겠죠.

지역적으로 보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단체장, 지방의회가 보여준 정치와 행정이 민심을 이반하게 만든 다른 한축으로 판단됩니다. 지금 대전‧충남 최대 현안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혁신도시 지정’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 여당임에도 혁신도시 지정을 당론으로조차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왕 실장’으로 불리는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충청도 출신인데도 말입니다. 얼마 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담은 혁신도시특별법이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민주당만의 공은 아니었습니다.

행정은 어떤가요?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 행정력에 의구심을 갖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들은 매달 발표되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10위권 밖을 맴돌고 있습니다. 초선 광역단체장의 한계로 봐야 할까요? 그래도 허 시장은 기초단체장(유성구청장) 출신이고, 양 지사는 4선 의원을 지낸 ‘초보 아닌 초보’ 단체장입니다. 언제까지 ‘초보운전’ 딱지를 붙일지 걱정스럽습니다.

양 지사는 지난 13일 취임 1주년을 기념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는데요. 이날 방송에서 인지도와 관련해 진행자로부터 ‘한방’ 먹었습니다.

당시 진행자는 양 지사에게 “인지도가 너무 낮다.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 처음에 없었죠?”, “도민들이 다 알아봐요?”, “도지사가 이렇게 일을 잘했다고 널리 알려야 되는데 그게 좀 약한 거 아닙니까, 홍보가?”라는 다분히 공세적 질문을 했습니다. 양 지사도 내심 난처했을 겁니다.

문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경제투어를 하고 있는데요. 충남은 아직 방문 전입니다. 당초 이달 말 방문을 계획했지만, 한일관계 악화와 해외순방 일정으로 추석 이후에나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아직 확정 전이겠지만, 충남도는 문 대통령 방문 때 부남호 역간척 현장을 둘러본 뒤 해양생태계 복원과 해양 치유산업 육성‧지원을 건의한다는 구상인데요.

일부에선 일본 경제보복 조치 상황에 반도체 완제품 생산라인이 있는 아산 삼성 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방문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선 문 대통령 충남 방문이 늦어진 배경에 ‘방문지 콘셉트’ 이견 때문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맞춤형 예산 지원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된 대전과 충남은 규제자유특구마저 빠졌습니다.

누구를 탓할 순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조하고 있고,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적 발전을 이루려면 타 지역보다 한 발 앞서는 정치력과 행정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해 내지 못한다면 지역 민심은 지금보다 더 등을 돌릴 게 뻔합니다. 문 대통령 충청권 부정평가 62.2%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켜진 ‘경고등’입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