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꽤 드러났다고 본다. 더 상세한 해명을 들어볼 필요는 있으나 그동안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여러 의혹만으로도 과연 장관 자격이 있는지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검찰의 본격 수사만으로도 조 씨를 장관에 앉히는 일은 부당해졌다. 여권에선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수사로 의심하고, 야권에선 일단 반기면서도 ‘짜고치는 술수’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의구심보다 믿어볼 만한 검찰의 조국 수사

검찰이 정부와 조 후보의 검찰개혁 방안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해도 조 후보한테 문제가 없다면 수사 강행은 언감생심이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을 근거도 없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겠나? 검찰 수사는 조 후보의 범죄성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 뜻에 항명하는 모습으로도 비쳐질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을 그리 허술하게 판단했을 리도 없다. 

더구나 이번 수사의 결정권자로 볼 수밖에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불과 한 달 전에 대통령한테 직접 임명장을 받은 사람이다. 윤 총장 개인으로선 더 없는 은혜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겠다고 한 그였지만 이런 사건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사하기로 결정했다면 확실한 단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수사는 목적이 어디에 있든 조 후자는 장관 자격이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검찰로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사법기관의 공식 판단인 만큼 신뢰할 만한 평가로 볼 수 있다. 

조 후보는 만고의 역적처럼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관 후보라는 신분으로서 받는 감시와 비판이고 그의 사회적 지위로 보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작금 ‘조국 사태’의 근본 책임은 조 씨보다 대통령에 있다. 대통령이 조 씨를 임명하지 않았다면 그의 비리는 단순한 개인 비리에 불과할 뿐이고 온 나라가 이렇게 난리를 치지는 않을 것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그의 비위와 부도덕성보다 그런 인물을 장관으로 지명한 부실한 인사에 있다. 

‘조국 사태’ 본질은 조국 아닌 대통령의 엉터리 인사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엉터리 인사의 결정판이다. 가장 형편없는 후보를 가장 억지스럽게 밀어붙이고 있는 최악의 인사다. 주인공 조 씨는 문재인 정권의 상징 같은 존재다. 그는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고 국민들은 그런 조 씨가 쏟아내는 말을 정부의 메시지로 여겼다. 조 후보자는 현 정부와 일심동체 같은 인물이다. 

정의 공정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가 어떻게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마스코트처럼 되었나? 대통령은 조 씨가 공정 정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 걸 몰랐는가, 아니면 알고서도 쓴 것인가? 몰랐다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이고, 알고도 썼다면 그런 인물은 중용해선 안 되는 대통령 책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대통령이다. 조국 사태는 단순한 조 씨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능력과 도덕성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다. 

누구보다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는 정부가 왜 조 씨 같은 사람에게 기를 쓰며 한 자리를 맡기려하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혹자들은 말한다. “그렇게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어? 일만 잘하면 되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 미안하지만 지금 정부엔 안 맞는 말이다. 정부에는 ‘조씨 류’의 고관대작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앉아 있다. 청문회를 거쳤든 아니든 그런 인물들이 즐비하다. 대통령이 ‘능력’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임명했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으로 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능력도 도덕성도 안 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기 때문 아닌가? 더 봐야 알 수 있겠만 검찰총장 인사가 그나마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여당에선 도리어 불만이다.

인사 때마다 ‘조국 류’에게 매달리는 이유

구한말 천재 실학자 최한기의 책 『인정(人政)』을 보면 인사에서 조씨 류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알 법하다. 인사(人事)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방대한 ‘인사론’이다. “귀한 자는 사람을 쓸 때 상대가 귀한 것을 보아서 쓰고..., 천한 자는 사람을 쓸 때 그 천한 자임을 보아서 쓰고 천하지 않으면 쓰지 않기 때문에 그 쓰임이 된 자는 묻지 않아도 천한 자임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끼리끼리 논다는 얘기다. 녹을 먹는 사람의 수준을 보면 그 정부의 수준도 알 만하다는 말이다.

과거 한 간부 공무원이 당시 인사를 앞두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인사를 바둑에 비유했다. 바둑알을 어디에 놓을지는 바둑알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고 바둑을 두는 기사(碁士)의 몫이라고 했다. 장관인사라는 바둑판에서 조국 후보는 바둑돌일 뿐이다. 그가 아무리 정권의 마스코트 같은 인물이라고 해도 인사권자인 대국자(對局者)가 옮겨주지 않으면 장관 자리로 스스로 옮겨갈 수 없는 일개 바둑돌에 불과하다.

그 바둑돌에 커다란 흠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대국을 관전하는 사람들이 불평하고 있다. ‘정부 조사원’까지 나서 검증에 나섰다. 바둑알의 흠을 정부가 일단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대국자는 바둑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의 인사 대국에선 바둑알보다 바둑을 두는 대국자가 문제다.

이번 장관 인사 진행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은 두 번 놀랬다. 털어도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았던 조 씨와 일족의 실상을 보고 놀랐고(이젠 그러려니 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장관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격 수사에 놀랐다. 앞으로 한번 더 놀랄지도 모른다. 검찰에 불려다녀야 할 사람에게 장관 자리를 - 그것도 법을 관장하는 법무장관 자리를 – 안긴다면 역시 놀랄 일이다. 국가든 정권이든 비극은 종종 이런 희극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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