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충희 칼럼] 

최근 대전시가 기업유치 지원(주로 부지매입비 지원) 한도를 증액했다. 산업용지 공급도 늘어날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의문이다. 그것만으로 될까? 먹구름이 두껍게 덮인 대전 경제를 오직 ‘땅값’ 문제만 들여다보며 해결할 수 있을까? 1차원적 사고다.

상하이와 실리콘 밸리의 땅값이 과연 저렴한가?

중국 상하이의 한 산업단지 이야기다. ‘24시간 고객지원 전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공무원이 득달같이 찾아온다. 입주기업 외국인 직원들의 비자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 준다. 자녀의 학교 입학을 흡사 친부모처럼 전담 처리해 준다. 독감에 걸린 것 같다고 전화하면 새벽에도 의사를 동반한 공무원이 쫓아온다. 상하이의 ‘땅값’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다. 그러니 상하이시는 공무원 마인드를 고객지향적으로 바꾸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땅값’도 엄청 비싸다. 주거비는 천정부지 상태다. 그래도 첨단기업, 창업자, 전문가 등이 기를 쓰고 몰려든다. 자금, 기술, 인재,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드는 ‘혁신의 문화’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햇볕과 비가 풍부한 곳에 식물이 몰려 자라듯이, 기업도 당연히 경영 생태계가 형성된 곳으로 몰린다. ‘땅값’은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은 아니다. ‘땅값’ 이외에 더 결정적 요소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슈퍼마켓 손님 끌기 전략은 무엇인가?

슈퍼마켓에 손님을 끌려면 어찌해야 할까? 

첫째, 물건 값 할인. 그런데, 할인만 해주면 될까? 물론 대전시의 인센티브 제공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기업유치 인센티브 정책은 대동소이하다. 냉정하게 보자면, 사실 차별적으로 만들기가 힘든 실정이다.

둘째, 치밀한 고객관리 시스템. 대전시의 고객은 누구인가? 과연 어떤 기업들이 유치 대상인가? 그냥 닥치는 대로 유치할 계획인가? 대전이 집중하는 전략 산업이 뭔가? 대전 발전의 구체적인 비전이 먼저 나와야 한다. 대전시는 유치대상 기업의 장·단기 고객리스트를 하루빨리 만들기 바란다.

셋째, 진열대 채우기.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면 과연 손님이 올까? 대전시의 진열대에는 창의력이 넘치는 각종 사업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대전시는 자금, 기술, 인재, 연관 산업 등 각종 경영자원의 활용 아이디어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전시는 지역내 과학기술 자원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는가? 유용한 활용 네트워크를 조속히 만들기 바란다.  

넷째, 슈퍼마켓 주인과 종업원의 마인드. 주인과 종업원이 퉁명스러우면 손님은 돌아선다. 상품 설명도 제대로 못한다? 역시 고객은 그냥 간다. 대전시장 및 공무원들의 고객(기업)지향 마인드는 과연 어떤가? 더구나 공무원 담당자 교체가 너무 잦다. 그러니 전문성도 적극성도 떨어진다. 

최근 여섯 개 기업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하나, 걱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시가 체결한 MOU 중 10% 미만만이 최종 계약으로 성사되었다. 전국 최저 수준이다. MOU를 남발하는 전시행정이 아니라면, 투자자 관리 역량이 미흡한 것이다. 차라리 다른 지자체처럼 투자유치 전문가 조직을 만드는 것이 나을 듯하다.

대전 경제의 먹구름은 1차원적인 문제일까?

남충희 바른미래당 대전 중구위원장.
남충희 바른미래당 대전 중구위원장.

경제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존 기업은 육성하고, 없는 기업은 창업을 촉진하고, 다른 곳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주된 경제 정책이다. 대전시의 경제 정책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대전시의 기업유치 실적은 바닥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수도권 기업을 유치한 지자체에게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을 지원한다. 

지난 2년간 전북은 38개 기업을 유치해서 1102억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고객지향 마인드로 무장한 도지사가 기업을 찾아다니는 등 참으로 열심히 주도했다. 대전시는 끔찍하게도 실적이 0이다. 그러니 지난 5년 동안 대전 인구는 매년 1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중견 중소기업은 총 39개가 유출되었다. 경제 성장은 고사하고 성장동력 자체가 소멸 중이다.  

대전시는 분발해야 한다. 한번 망가진 경제는 다시 일으키기 힘들다. 대전시장은 “지난 1년간 최대성과 는 시민주권 시대를 여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할 때가 아니다. 시민들 마음속의 먹구름을 없애야 할 때다. 

경제정책이 무엇인가? 투자 없이 경제가 될까? ‘땅값’도 물론 중요하지만, ‘땅값’만 들여다보아서 될까? 투자유치를 1차원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는 4차 방정식 문제는 절대 안 풀린다. (1)부지매입비 지원 등 ‘인센티브 정책’ 외에도, (2) ‘비전과 고객관리 시스템’, (3)창의력 넘치는 ‘기업지원 생태계’, 그리고 (4) ‘시장 및 공직자들의 경영마인드 확보’라는 4차 방정식 풀이를 기대한다.

* 경제전문가인 남충희 바른미래당 대전 중구위원장의 논평입니다. 필자와 협의 후 게재합니다.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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