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스카이캐슬, 우리 앞의 실제 이야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난 겨울, 우리 안방극장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다룬 한편의 드라마가 인기를 독차지했다. 어느 곳에서나 젊은 주부가 낀 자리에선 ‘스카이캐슬’ 드라마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드라마엔 자녀의 입시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감수할 수 있는' 부모의 이기적인 모습,  입시코디네이터의 존재와 활동, 인성은 사라지고 공부법과 공부환경이 강조되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법 실화처럼 펼쳐졌다. 

입시를 통해 대한민국 0.1%의 삶을 더욱 살찌우기 위한 욕망을 그리면서 제작팀은 “성공이란 무엇일까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부모, 자식 간에 마주앉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 때로는 격렬히 싸우다, 울다, 웃다 끝내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서로를 끌어안게 되길 간절히, 간곡히 바란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야기했다.

늘 인기드라마가 끝난 후 얼마동안이 그러하듯 기다리던 시간에 무심코 채널번호를 맞추다 종방을 확인하곤 아쉬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차츰 서민 일상의 대화주제에서 드라마 잔상이 사라져 간다. 

스카이캐슬 잔상이 사라져 갈 즈음인 지난 3월 중순 이번엔 나라밖에서 '스카이캐슬'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드라마가 아닌 '범죄의 참극'이 되어.

유명인 학부모, 입시 브로커, 명문대 운동부 코치 등이 얽힌 '대학 입시 비리 스캔들'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바시티 블루스 작전(Operation Varsity Blues)'이라는 작전명으로 메사추세츠 검찰과 FBI는 학부모 33명과 대학 운동부 코치 9명, 입시 브로커 등 50여 명을 사기 공모, 업무 방해,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펠리시티 허프먼, 로리 로우린 등 인기배우 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기업인들도 입시 비리에 연루되었고 이들은 20만 달러(2.4억)에서 최대 650만 달러(78억)까지 자식을 위해 돈을 썼다.

법정 공방이 꽤 오랜 시간 진행되겠지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최고 징역 20년형에 그리고 입시 비리를 주도한 코디네이터는 최고 6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언론은 예상한다. 또한 비리연루 입학생들 또한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

'스카이캐슬', 그리고 자녀를 위한 이기적인 마음과 행동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학 입시 비리, 부모의 욕망, 입시 코디네이터, 교수와의 결탁 가능성 등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 미국은 위법이 발견될 경우 학부모 처벌이 20년형이라는 점에 우선은 놀랍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딸 관련 논란이 뜨겁다. 국민은 무엇보다  '스카이캐슬'을 연상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다른 어떤 사유보다도 조국 후보에 국민이 등을 돌리는 이유로 딸의 논문이 55%로 가장 앞선다. 입시 특혜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국민들께 송구”하지만 이 모든 것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항변한다. 

그가 법학교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 그가 법을 이야기할수록 법이 더욱 가벼워진다. 대학입시 관련해서 법을 어길시 미국처럼 20년 형의 중형을 가할 수 있도록 우리의 법은 무겁고 준엄한지 궁금하다. 

물론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법보다는 사람들의 가슴에 안긴 상처가 크기에 더욱 문제다. 

미국에 사건이 발생하자 뉴욕타임스는 "수법의 뻔뻔함을 고려할 때 충격적이다. 미국의 가장 부유하고 특권적인 학생들의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위해 입시 시스템뿐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허프만 등의 인기배우가 자신의 자녀를 위해 미국의 시스템을, 미국의 학생들을 직접 속이진 않았다. 그러나 그를 좋아하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아이의 문제로 절망에 빠뜨렸다. 

조국후보도 그렇다. 그에게 박수쳤던 많은 이들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다.  

조국 후보의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 청문회까지의 남은 기간, 조 후보는 자신문제의 법적 결백과 향후 포부를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특히 청년들의 울분을 가슴을 열고 듣기를 바란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제작팀이 말한 이야기가 실제 우리 가정 내에 벌어지고 있다는 글을 최근 SNS를 통해 많이 접한다. 부모 자식 간에 마주앉아 조국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 때로는 격렬히 싸우다, 울다, 웃다한다고 한다. 

서로가 감사한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도록  조국후보가 잘 처신해주길 기대한다.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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