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시장은 ‘갈등 관리’에 누구보다 관심이 크다. 어제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도 갈등관리와 협업 등에 대한 공무원들의 능동적 대처를 주문했다. “갈등관리와 문제해결에 있어서 주관 실국을 정하고 협의체를 통해 역할을 맡아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라”고 지시했다. 허 시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전시장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갈등관리 능력, 미래비전 전략, 조직의 안정적 관리능력 3가지를 꼽으면서 이 가운데 우리 시대에 맞는 리더십은 갈등조정 능력이라고 했다.

지역마다 조직마다 갈등이 없는 곳은 없다.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갈등은 조직 발전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갈등이 방치되고 심화되면 조직에 위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고 조직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지방치단체장은 해당 지역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책임자다. 허 시장이 갈등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어제 대전시장의 지시는 각 업무마다 해당 부서가 책임을 지되, 책임 소재가 애매한 경우가 있으면 기획관리실이 갈래를 따서 갈등관리 업무에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부서는 인사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갈등관리 업무에 대한 시장의 독려는 필요하나 성과가 없으면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는 게 전부면 곤란하다. 갈등 관리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제도적인 접근과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갈등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그 사안을 대하는 담당자의 태도와 노력에 달린 것이 사실이나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건 아니다.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전문가 활용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경기도와 서울시가 적극적이다. 특히 경기도는 이 분야 전문가를 4명이나 두고 경기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눠 갈등관리를 맡기고 있다.

대전시장, 갈등관리 방법 강구해야

정부는 전문적인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공공갈등 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시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불발에 그쳤다. 이후 MB정부 때도 야당 반대에 막혀 관련 법이 통과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같은 시도를 하고 있으나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 시도들도 갈등관리 관련 조례를 만들어놨으나 활용은 안 되는 있으나마나 한 조례다. 

대전 새 야구장 입지선정이나 LNG 발전소 유치 갈등 사례는 대전시장의 신뢰성만 훼손시킨 실패작이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성의를 가지고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방법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 

갈등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전시장은 그런 제도와 방안을 강구해서 공무원들에게 내놓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장수가 부하들을 ‘갈등관리’라는 전장(戰場)에 내보내면서 아무런 무기도 주지 않고 ‘해결하지 못하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책임질 수 있는 부하가 몇이 되겠는가? 대전시장은 갈등관리 중요성만 말고, 갈등관리 해법의 중요성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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