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두섭 6대 대전중구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두섭 6대 대전중구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효문화뿌리축제가 11회째를 맞았다. 전국 유일하게 ‘효’를 주제로 한 축제이자, 중구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지만 내부 사정은 녹록치 않다.

축제에 동원되는 직원들이 매년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디트뉴스>는 과도한 직원 동원과 부당한 근로행위, 자율이 아닌 반강제적 참여 신청 등 중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한 뒤, 지난 22일 중구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두섭 중구노조위원장은 지난 5월 22일부터 2일 간 17개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효문화뿌리축제 운영방법 개선과 미래지향적인 지역대표 축제 육성을 위해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을 추려내기 위함이었다. 노조가 진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58명 중 88.6%가 축제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지난 25일자 “우리가 노비냐” 효문화뿌리축제 ‘불만 팽배’ 보도 참고>

김두섭 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왜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는 “매년 축제 때마다 집행부의 과도한 직원 동원과 부당 근로행위 강요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돼 왔다”며 “직원 고충이 제일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는 먹거리 장터의 운영방법을 개선하고 참여 직원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자 동 직원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고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는 결국 박용갑 청장 등 집행부 면담 거부로 구청에 정식으로 건의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집행부는 노조와 대화를 거부한 채, 해마다 강제 동원과 부당 근로로 상처받아왔던 직원의 마음을 보듬어 주기는커녕 ‘자율참여’라는 거짓 슬로건을 내걸고 참여를 강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조합원을 대표하는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중구청 직원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본 축제 핵심가치인 ‘효’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직원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효문화뿌리증후군’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명절증후군에 빗댄 말이다. 

“직원들은 축제 3일 내내 동원되고, 특히 자생단체가 수입을 가져가는 먹거리 부스에 동원되는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새벽 6시 30분쯤 출근해서 하루 종일 설거지나 서빙 등을 맡는다. 환경과는 공중화장실을 청소해야 했고, 교통과는 교통정리에 내내 동원된다. 3일 동원되서 1일 대체휴무, 4시간 초과근무수당, 자원봉사시간 등으로 보상받는다. 그러나 (4시간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 해도) 돈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김 위원장이 전한 중구 공무원들의 말 못할 고충이다. 이런 고충 속에서도 공무원들은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는 것.  

김 위원장은 “직원들은 스스로 '공노비'라고 부를 정도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집안 축제에 집안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데, 이 분위기에서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먹거리장터 등 축제지원을 ‘자율·자발적으로 신청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구는 자율적으로 신청하라고 했으나 직원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자율이 아니다. 축제가 더 나은 방향으로, 생산성 있는 쪽으로 개선할 수 있음에도 그런 소통 구조가 차단돼 있다”고 토로했다. 

소통 구조가 차단 돼 있는 이유로는 “수직적인 공무원 조직 문화에서 인사권 문제, 승진 누락 염려 등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중구가 3선 체제여서 대전 5개구 중 조직문화가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지만, 김 위원장은 “시민입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축제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마치 공무원들이 일을 하기 싫어서 불만을 털어놓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다.  

“공무원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건, 일부 시민들께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질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그래서 직원들도 '힘들더라도 우리가 참자'라고 얘기한다. 정치적으로 악용될까봐 걱정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축제가 잘 되자고 하는 것이지 축제를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축제는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오게끔 해야 잘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축제는 외부 사람들은 별로 안 오고 동원된 내부 직원들이 더 많이 왔다갔다 하고, 먹을 거 다 팔아주고 있다. 이런 건 축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이 축제에 나서면 그저 '반짝'할 뿐, 민간에 맡겨서 자율적으로 축제가 진행되도록 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국가 유망 축제를 만들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도 자체도 벽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직원 게시판을 통해 “중구 노조는 무늬만 소통이 아닌 진정한 창의력이 보장되고 소수의견이 존중받는 대화와 타협 속에서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길 희망한다”며 “주민과 직원이 모두 다 행복한 중구를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손잡고 나아감이 어떠한가“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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