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85] 공정언론, 공정사회의 ‘선결조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고(故) 이용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고(故) 이용마 기자.

이리 봐도 ‘조국’, 저리 봐도 ‘조국’이었습니다. 신문과 방송 헤드라인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기사로 장식한 한 주였습니다. ‘기-승-전-조국’이라고 할 만큼, 언론은 그의 각종 의혹과 논란을 시시각각 다뤘습니다.

정치권은 점입가경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 전담팀을 만들어 연일 공세를 퍼붓고, 더불어민주당도 대응팀을 꾸려 반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조 후보자 딸을 비롯한 가정사를 들춰내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앞으로 있을 장외투쟁에서도 ‘조국 이슈’를 정부 여당을 압박하는 ‘알짜 패’로 쓸 요량입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시비를 가리자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건데요. 그도 그럴 것이 조 후보자가 청문회 전 낙마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해야 하겠습니다. 민주당 말마따나 지금까지 드러난 위법성은 없으니까요. 다만, 조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논란은 위법 여부를 떠나 여론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조 후보자는 “딸이 등재 논문 덕분에 대학 또는 대학원에 부정 입학을 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여론 악화는 ‘국민의 정서’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 후보자 본인도 “국민정서상 괴리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조 후보자가 그동안 밝힌 가치관과 철학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격입니다.

그가 대중들에 박수 받은 이유는 ‘공정’, ‘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소통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가족, 특히 딸 관련 의혹과 논란은 20~30대 청년층에 배신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라는 말에 국민적 불만이 폭발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대 교수 아버지 특권을 등에 업고 명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비집고 들어간 이 기막힌 일을 그대로 두면 우리사회 공정 가치는 완전히 무너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짜뉴스 청문회, 공안몰이 청문회, 가족털기 청문회, 정쟁 반복 청문회다. 가짜뉴스를 독가스처럼 피우고 슬그머니 이슈를 바꿔 의혹만 부풀린다”고 맞섰습니다.

여야 주장은 분명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것은 바로 언론의 몫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팩트(fact)’도 없이 여론을 호도하고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의 책임과 의무에 반한, 공정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도 “합리적 의혹 제기도 있지만, 일부 언론은 사실과 전혀 다른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언론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합니다. 절대 권력과 강자에 맞서 국민과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공정해야 합니다.

오늘(23일)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이용마 전 MBC 기자 발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생전에 해고를 감수하면서도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는 암 투병 중이던 2017년 쓴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에서 언론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자문자답합니다.

언론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편견에 젖어서는 안 되고 균형 잡힌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객관적일까?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른 데 객관이라는 말이 성립할까?(중략)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때 객관은 무엇일까? 그 중간에서 둘 다 나쁘다고 비판하는 것일까, 아니면 둘의 입장을 똑같이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그가 내놓은 답은 두 가지입니다.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인간적 배려입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언론이 객관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라고 기술했습니다.

그는 또 “모든 언론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에 맞는 사실(fact)을 수 없이 끌어온다. 하지만 그 주장이 진정 객관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적 다수를 대표하거나, 사회적 다수가 공감할 수 있거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좋은 언론’이라고 했습니다.

사회적 다수가 공감하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공정언론’이 선결조건입니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기자를 대신해 조국 후보자에 묻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공정사회’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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