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베테랑들의 부진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 정체

한화이글스가 3연승으로 탈꼴찌에 성공했다.
한화이글스가 3연승으로 탈꼴찌에 성공했다.

2019 시즌 페넌트레이스가 30경기 내외를 남겨두고 있다. 가을야구의 윤곽은 한 자리만을 남겨둔 채 마지막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을야구의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5위 싸움을 하고 있는 NC와 KT 중 과연 어느 팀이 차지할지 많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신흥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NC, 아니면 팀 창단 최초의 가을야구 진출의 염원을 풀 KT, 두 막내 구단들의 경쟁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SK가 3연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선두를 넉넉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키움과 두산의 2위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었다. 두산이 3연승을 달리는 사이 키움은 한화에게 연패를 허용하며 2위 자리를 두산에게 내주고 말았다. LG는 무난하게 4위를 유지하며 가을야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5강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기아는 마지막까지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롯데와 한화가 펼치는 최하위 탈출 경쟁도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이글스는 주간 전적에서 오랜만에 4승 2패를 거두며 승패 마진 +2를 기록했다. 주말 키움 전을 연승으로 마무리하면서 기분 좋은 3연승을 내달리며 대전으로 향하게 되었다. 한편 최하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가 3연패를 당하면서 롯데를 밀어내고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주 긍정적인 부분은 외국인 에이스(NC 루친스키, 롯데 레일리, 키움 요키시)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며 모두 승리를 따냈다는 것이었다. 특히 선발 경험이 적은 신인 김이환과 5년 만에 선발 기회를 얻은 좌완 송창현이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해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지난 주 이기는 경기에서만큼은 투, 타의 밸런스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실질적으로 가을야구가 멀어진 상황에서 과연 남은 기간 동안 한용덕 감독이 어떻게 팀 운영을 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팀의 중심 베테랑들의 부진에서 온 경기력 저하

2018 시즌 한화이글스의 성공은 시즌 내내 많은 운도 따랐지만 외국인 타자 호잉의 대활약과 경쟁력 있는 베테랑들의 활약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2019 시즌에는 그 어떤 하나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팀은 최하위까지 처지고 말았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절치부심했던 김태균. 여전히 팀내 유일한 3할을 기록하고 있지만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 부족 그리고 장타 실종으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이라는 이름값에 아쉬운 활약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면서 팀의 최하위 탈출에 힘을 보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시즌 핫코너를 지켜주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생애 첫 번째 FA 계약에 성공한 송광민도 올시즌 장타 실종 뿐 아니라 출루율이 3할에 못 미치면서 공격에서 팀에 기여를 못하고 있다. 또한 실책도 14개를 기록하면서 전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송광민 또한 공, 수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활약을 보여야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외야로 포지션을 변경한 정근우는 포지션 적응에도 실패하고 부상도 입으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후반기에 힘을 보태고 있으나 그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다시 1루로 복귀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에 충실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주장 이성열은 시즌 초반 무서운 상승세에서 부상을 당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지만 최근 다시 장타를 가동하면서 팀의 코어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확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고 이는 지난 시즌 호잉이글스라 불릴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해줬던 외국인 타자 호잉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이용규의 이탈로 생긴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기회를 부여 받은 최진행, 양성우, 김민하 등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력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하주석의 이탈로 생긴 내야의 공백도 오선진이 대체를 했으나 힘겨운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유일하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포수 최재훈의 분투만이 눈물겨울 뿐이다. 

투수 파트에서는 최강 불펜진을 이뤘던 송은범, 이태양의 부진이 팀의 근간을 흔들었고 부상에서 복귀한 송창식과 윤규진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투수진의 힘도 많이 떨어졌다. 송은범은 결국 LG로 이적을 했고 이태양은 1, 2군을 오가며 계속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송창식과 윤규진은 시즌 막판까지도 1군 합류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선발로 전환한 장민재와 마무리 정우람만이 자신들이 몫을 다하며 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 정체로 빚어진 리빌딩 작업의 뒷걸음질

한화이글스는 박종훈 단장의 영입과 한용덕 감독의 선임으로 세대교체의 깃발을 꽂고 지난 시즌 깜짝 3위를 달성하며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올시즌 더욱 리빌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였고 그 예상대로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그 소득은 크지 않았다. 

지난 시즌 발견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 폭이 크지 않았고 새롭게 희망을 가져본 신인 선수들도 역시 신인임을 증명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우선 하주석의 빈자리를 오선진이 메우면서 그 백업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던 강경학이 부상으로 신음했고 복귀 후에는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만년 유망주의 틀을 깨지 못했다. 또한 지난 시즌 최재훈과 안방을 양분하며 최재훈을 위협할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지성준도 두 번의 유행성 이하선염(일명 볼거리)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의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이른바 “변노유”로 불리면 큰 기대를 모았던 신인 3인방이 프로 무대의 큰 벽을 실감하면서 예상했던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한화이글스의 급진적인 세대교체는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특히 노시환의 경우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본인 스스로 극복을 하지 못했고 한용덕 감독의 기용 방식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이들이 올시즌의 경험으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재목임에는 분명하기에 주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정은원의 성장과 장진혁의 발견은 한화이글스에게 큰 수확으로 보인다. 정은원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고졸 2년차에 풀타임이 처음인 선수를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면서 시즌 막바지에 와서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이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휑해진 외야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후반기 장진혁의 성장은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모았던 투수 파트에서도 별다른 선수를 발견하지 못했다. 막강 불펜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였던 박상원은 베테랑 선배들의 부진과 맞물려 정체된 모습을 보였고 지난 시즌 전반기 대활약을 보였던 사이드암 서균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선발 투수로 지속적인 기회를 받았던 김범수, 김민우 5년차 듀오는 가능성은 보였으나 그 알을 깨고 나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기대를 모았던 2년차 좌완 박주홍은 선발, 불펜으로 많은 기회를 받으면 마운드에 섰지만 기대 이하의 피칭을 이어가며 한용덕 감독의 선택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성훈과 신인 박윤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후반기에 고졸 신인 김이환이 선발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면서 계속된 기회를 받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2018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가 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우승을 거머쥔 1999 시즌.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로 대망의 V2 사냥을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2019 시즌을 맞아 대망의 V2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갖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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