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84] 정치권, 정쟁 넘어서 국민 통합 이끌어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설치된 유관순 열사와 기도문이 적힌 걸개 그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설치된 유관순 열사와 기도문이 적힌 걸개 그림.

오오 하나님이시어 이제 시간이 임박하였습니다. 원수 왜(倭)를 물리쳐 주시고 이 땅에 자유와 독립을 주소서. 내일 거사할 각 대표들에게 더욱 용기와 힘을 주시고 이로 말미암아 이 민족의 행복한 땅이 되게 하소서. 주여 같이 하시고 이 소녀에게 용기와 힘을 주옵소서.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유관순 열사가 1919년 3월 31일 매봉에서 한 기도문입니다. 여기서 매봉은 지금의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매봉교회’를 말합니다. 유 열사는 이 기도를 한 이튿날(4월 1일) 병천 아우내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유 열사는 이날 의거로 열여덟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열사의 용기에 힘입어 우리 민족은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기도문은 현재 독립기념관에 비(碑)로 세워져 있는데요. 독립기념관에는 유 열사 기도문 외에도 여러 독립운동가의 말과 글을 새긴 비석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봉창 의사의 선서문과 신채호 선생의 조선혁명 선언문, 안창호 선생과 윤봉길 의사 어록 등이 대표적입니다.

어제(15일)는 제74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15년 만에 독립기념관에서 정부 주관 경축식이 열렸는데요. 우리 민족혼의 성지이자, 유 열사 고향인 천안에서 경축식이 거행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맞은 광복절이었기에 의미를 더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일본의 ‘경제침략’에 백색국가 배제로 맞대응하고, 국민들은 불매운동과 촛불집회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유명 의류업체는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습게 봤다가 한달 새 매출이 70%나 떨어졌습니다. 또 한 화장품 업체는 자사 방송을 통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혐한 발언을 쏟아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국내 모 기업 회장은 월례조회 자리에서 정부 대응을 비난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극우 성향 유튜브 영상을 틀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한 전직 대학 교수는 독도는 일본 땅이고,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는 강제 동원된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취재기자를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쓴 책을 읽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책을 읽고 그걸로 무장한 전사가 돼서 열심히 하겠다”, “100만권이 팔려 전 국민이 눈을 뜨고, 한일 문제가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을 나치 정권의 독일 히틀러에 비교했던 목사, "딸이 위안부에 끌려가도 일본을 용서하겠다"고 한 엄마부대 대표. 이들은 광복절에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석해 정부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아멘'을 외쳤습니다. 유 열사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모두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 며느리 이덕남 여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 땅에서 나오는 낟알을 갖고 연명하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느냐. 아베보다 더 나쁘다”고 치를 떨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문 대통령 경축사를 비난하며 “더 이상 할 말도,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며 대화의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오늘(16일) 아침에는 또다시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이 민족의 행복한 땅이 되게 해 달라”는 유 열사의 100년 전 기도가 끝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민족의 하나 된 힘으로 일본을 뛰어넘고, 한반도 분단을 극복해 광복을 완성해야만 비로소 기도는 끝날 겁니다.

유 열사는 모진 고문 속에서도 오직 나라의 독립을 기도했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슬픔”이라던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입니다. 오늘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가 아닙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며 더 강해지고 성숙해진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정치권은 ‘친일-반일’ 프레임에서 벗어나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 내는 정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또 우리 국민은 국력을 신장시켜 그 어떤 외침(外侵)에도 굴하지 않으며, 한반도를 평화와 행복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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