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에 대형 관광시설을 설치해도 찾아갈 사람들은 주로 대전시민들이라고 봐야 한다. 외지인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어쩌다 보문산에 와 보는 사람도 다시 찾거나 주변에 추천함으로써 광관객이 꾸준히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보문산은 대규모로 개발하더라도 대전시민의 휴식공간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보문산을 본격적인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는 야구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밝히면서 ‘보문산 도시여행 인프라 조성 구상안’을 소개했다. 아직 구상‘안’의 단계지만 보문산 개발에 대한 대전시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170m 높이의 전망타워(250억)와 야구장~오월드 4.2km 스카이 곤돌라(620억) 등도 포함돼 있다.

이런 개발 내용은 30년 전 대전시가 구상했던 내용과 흡사하다. 보문산 전망대는 이후에도 수시로 나왔던 내용이고, 620억 원이나 들어간다는 곤돌라 계획은 1990년대 초 나왔던 보문산~사정동 간 케이블카 구상안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이 많았던 사업인데 30년이 지난 뒤에 되살아나 논란을 빚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30년 전과 다르지 않은 대전시 보문산 구상

대전시 구상대로라면 보문산 개발에 1100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완전한 관광지 개발 사업인 만큼 민간자본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전시는 대전시도시공사가 이 사업을 맡아 자체 투자하고 일부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계획을 구상중이다. 상식과는 반대되는 방식이다. 대전시의 보문산 구상은 사업성이 없다는 점을 시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이다.

경제성이 없어 민간 자본이 외면하는 사업을 시민 세금으로라도 추진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보문산 개발은 시내버스나 도시철도 같은 대중교통이나 복지처럼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시행해야 할 사업은 아니다. 이런 사업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는다면 시민이 아니라 ‘업자들’을 위한 사업으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시민들은 그런 사업들을 수없이 봐 왔다.

허태정 시장은 역대 대전시장 가운데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그의 생각과 행보는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정무부시장으로 국정원 출신을 낙점한 허 시장의 인선에도 시민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보문산 개발에 대한 시장의 생각은 과거 30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국정월 출신이거나 30년 전의 생각이라서 아니라 작금의 대전시 현안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생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얼마 전 정부의 규제자유특구 지정에서 탈락했다. 대전시는 말로는 4차산업특별시라고 부르면서도 정작 미래로 가는 경쟁에서 거듭 물을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조차 인사에서도 사업에도 퇴행적 행보를 거듭한다면 시민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 허 시장이 ‘과거로만 가는 시장’으로 인식되면 종당에는 시민들의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젊은 시장이란 점에서 기대했던 시민들은 실망이 더 클 것이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시장의 발걸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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