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 원조 유천동 대들보 함흥면옥 평양냉면 원조 둔산동 사리원

말복이 지나도 계속되는 폭염 속에 몸도 마음도 지친다. 이런때 삼계탕, 민물장어 같은 보양식도 생각나지만 확 당기는 메뉴가 바로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시원한 냉면이다.

냉면은 조선시대 숙종과 고종이 냉면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음식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냉면마니아들도 꽤 있지만 냉면은 그래도 한 여름에 먹는 것이 제격이다.

하지만 냉면은 간단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이다. 때문에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확연하다. 냉면에는 흔히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평양냉면하면 물냉면, 함흥냉면 하면 비빔회냉면을 떠올리는데 함흥식에도 물냉면이 있다. 차이는 면발에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를 쓰기 때문에 쉽게 끊어지는 반면 함흥냉면은 고구마, 감자녹말을 사용해 질기고 면발이 가는 것이 특징.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열풍으로 냉면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도 북한식 정통 냉면집의 인기가 높다. 대전에는 한국전쟁 이후 오랜 세월 대전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냉면맛집이 많다.

오랜 시간 검증된 음식맛과 운영체계, 고객과 함께 쌓아온 신뢰, 세월 속에 쌓여온 갖가지 추억 등이 있어 오래된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 사리원과 함흥냉면으로 가장 오래된 대들보 함흥면옥을 소개한다.<가나다 순>

대들보함흥면옥 회냉면
대들보함흥면옥 회냉면
옛전 방식 그대로인 전통불고기
옛전 방식 그대로인 전통불고기

▲대들보 함흥면옥(대전시 중구 유천동 버드내초교 정문 앞)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선정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함흥냉면 평양식과 함흥식 공존


“정성만큼 대단한 비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역사가 오래되었고 전통이 있다고 해도 정직한 재료를 쓰고 작은 이익에 양심의 눈을 감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어떤 비법보다 마음이죠.”

대전 최초의 함흥냉면 집 대들보 함흥면옥은 김종훈 대표의 모친인 고(故) 조병선 여사가 1956년 은행동 성심당 옆에서 창업해 63년 2대를 이은 함흥냉면전문점. 함흥냉면이지만 평양냉면에 가깝다. 주재료인 고구마 전분을 익반죽해 숙성시킨 다음 평양식 메밀을 섞어 고객의 입맛에 맞췄다. 그래서 면발이 다른 곳보다 조금 두텁다.

육수는 보약수준. 한우양지, 사태, 각종 야채 등을 24시간 우려낸 고기국물에 평양식처럼 직접 담근 동치미를 배합해 맛을 낸다. 국물은 잡내가 없고 시원하면서 깔끔하다. 여기에 편육, 오이, 계란 등을 고명으로 얹어 손님상에 낸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깊고 담백해 전통냉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발효가 잘된 동치미가 냉면 맛을 좌우한다. 고기육수의 깊은 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서는 동치미를 일 년 내내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노하우인데 부인 김재숙 씨의 동치미 담는 실력은 전국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회냉면은 보통 가오리를 숙성시켜 넣는데 이집은 비빔냉면에 숙성시킨 홍어회가 들어간다. 냉면 못지않게 옛날 추억의 맛인 한우양념불고기도 인기메뉴. 한우와 당면. 팽이버섯. 새송이 등과 특제간장육수로 자박하게 끓여내는 옛날전통 불고기 맛은 추억의 맛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자작자작한 불고기 양념은 오래 끓여도 달거나 짜지 않아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한다.

대전 중구 유천동에 있는 대들보함흥면옥 전경
대전 중구 유천동에 있는 대들보함흥면옥 전경
대들보함흥면옥 김종훈 대표
대들보함흥면옥 김종훈 대표

냉면 고기육수와 동치미 마성의 조합, 김종훈 대표 ‘정성만큼 대단한 비법 없다’

살아생전 모친 조 여사는 대를 이은 아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늘 내 가족에게 먹일 음식이라 생각하고 정성과 사랑을 다하라’는 유지였다. 김 대표는 지금도 그 뜻을 받들어 장인정신, 맛, 청결, 정직을 사훈으로 정하고 전 종업원들에게 항상 주지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냉면을 쉽게 생각하는데 정말 예민한 음식이 냉면입니다. 100% 고구마전분에 메밀을 섞어 면을 뽑는데 여름, 겨울 등 날씨에 따라 치대는 정도가 달라요. 동치미도 겨울과 여름동치미가 달라요. 그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음식은 공을 들이지 않으면 절대 맛이 나올 수 없어요. 혼과 장인정신이 뒤따라야 합니다. ”대들보 함흥면옥은 2012년 대전에서 냉면집으로는 유일하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으로부터 50년 이상 운영돼온 음식점만을 상대로 각종문헌, 역사, 평판조사 등을 거쳐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선정됐다.

또 2011년에는 대전시가 고유한 맛과 옛 추억을 간직한 대전향토음식점 ‘대 30년 전통업소로 인증했다. 최근에는 KBS아침마당, SBS생방송투데이 등 각종방송에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찾는 집이 됐다.

회냉면 1만원, 물냉면, 비빔냉면 9000원, 한우양념불고기 1만9000원. 대전시 중구 계백로1583번길 39(유천동)

사리원 평양물냉면
사리원 평양물냉면
사리원 양념돼지갈비
사리원 양념돼지갈비

▲사리원(대전시 서구 둔산동 이마트 앞)

1951년 대전최초 평양냉면전문점.동치미와 고기육수의 중독된 맛
,4월 사리원 한정식 문 열어 가족외식, 각종 모임에 인기


사리원은 한국전쟁 때 냉면의 고장으로 알려진 북한 황해도 사리원시에서 김봉득이 대전으로 피난을 내려와 1951년 창업한 대전 최초의 북한식 정통평양냉면전문점.

이후 2대 며느리 옥인숙과 3대 아들 김형근에 이어 현재 딸인 김래현 대표까지 70여년 전통의 가업을 4대째 이어오고 있는 대전 일반음식점 허가 제1호 업소다. 특히 사리원의 2대 옥인숙 할머니의 외조부 이재우 씨가 사리원시 역전부근에서 재령면옥을 운영했던 전통까지 이어받았다.

사리원의 평양냉면은 소고기 사태 진 육수에 이틀에 한 번씩 담는 동치미를 숙성 배합해 만든다. 육향자체가 진하고 동치미 자체의 시원한 맛이 마시고 나면 끝 맛이 깊고 여운이 남는다. 면발은 계절에 따라 배합 비율이 달라지는 맞춤형으로 부드럽고 쫄깃한 것이 특징.

고명으로 사태 살과 오이채, 배, 계란이 올라간다.국물은 순수하면서도 담백하고 간이 적당해 자꾸 떠먹어도 부담이 없다. 동치미육수와 고기육수의 적절한 균형이 조화로운 맛을 낸다. 조미료 없이 담백하고 슴슴한 평양냉면 본래의 맛과 정신을 변함없이 지켜가고 있다.

냉면국물에 식초와 겨자를 살짝 더하면 알싸한 맛이 더해져 시원한 기운이 배가된다. 면발은 30% 메밀함량이 높아 거친듯하면서도 차지고 도톰한 편인데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동치미 육수와 고기육수의 조합이 중독성이 있다. 김치비빔은 옥인숙 2대 창업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메뉴. 사태부위를 양념에 버무린 김치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김치를 따로 숙성시켜 볶는 것이 아니라 양념에 버무려 술안주에도 좋다. 특히 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어도 좋고 반찬으로 먹어도 괜찮다.

냉면과 함께 돼지갈비와 불고기도 인기. 미국산 갈비를 간장베이스로 파인애플, 배 등 과일을 비롯해 12가지 천연재료로 만든 특제 양념장에 일주일 저온숙성해서 손님상에 내는데 많이 달지 않고 부드러운 갈비 맛이 냉면과 함께 싸 먹어도 좋다. 특히 10가지 이상 나오는 밑반찬이 한정식처럼 푸짐하게 나오는 게 특징.

사리원 4대 김래현 대표
사리원 4대 김래현 대표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사리원 전경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사리원 전경

김래현 대표. 70년 전통가업 4대째 이어 최근 사리원 한정식 문 열어

지난 4월에는 3층에 사리원 한정식을 오픈했다. 2층과 달리 모두 방(연회석)으로 되어 있어 가족외식이나 각종 계모임에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열풍으로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면서 사리원은 평일 기준 500인분을 준비하던 육수를 1000인분까지 늘렸다. 개점 이래 처음으로 육수물량이 동나면서 냉면을 팔지 못하는 ‘완판 신화’도 이뤄냈다.

사리원 김래현 대표는 고려대 사범대를 나와 잠시 교사생활을 하다 2001년 3대 아버지 김형근 씨의 불의의 교통사고에 이어 2003년 2대 옥인숙 할머니가, 2006년 어머니가 별세하면서 4대 가업을 잇게 되면서 본격 외식경영일선에 나섰다. 2010년 대흥동 매장을 정리하고 둔산동으로 영업장을 이전하면서 5층 현대식 건물을 짓고 사업을 확장해 둔산 시대를 개막했다. 김 대표는 “사리원 재령면옥 시절의 전통방식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다”며 “평양냉면이 열풍이지만 잠깐 반짝 지나가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평양식 물냉면.비빔냉면 9000원. 김치비빔 1만5000원, 돼지갈비(250g) 1만5000원. 연중무휴, 70명연회석 완비. 대전시 서구 둔산로31번길 77(둔산동)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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