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 명확한 근거 없이 변죽 울려 ‘망신’ 
지역텃세, 소통부족, 리더십 부재...다양한 해석 
근본원인은 문화계 내부 고질적 반목과 갈등

대전 지역문화계가 ‘소문’에 들썩이며 홍역을 앓고 있다. 대전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장 2명이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다른 지역 기관장 공모에 지원했다는 ‘소문’이 의혹보도로 이어지면서 진위논란이 빚어진 것. 

소문의 당사자는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와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다. 

이들은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하며 결백을 입증할 증거자료까지 제시했다. 이들의 해명을 재반박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명확한 근거 없이 두 기관장을 질타한 지역 언론이 변죽만 울린 꼴이 됐다.   

이번 논란의 배경은 기본적으로 사실 확인 또는 사실로 믿기에 충분한 정황취재 등이 부족했던 언론 스스로의 문제기도 하지만, 지역문화계의 고질적인 반목과 갈등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본보가 접촉한 지역 문화계 상당수 인사들은 외지출신 두 기관장에 대한 텃세가 작용했다거나, 두 기관장이 지역사회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내부 반목과 갈등’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가 적극 해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재단 내부에서조차 대표의 주장을 두둔하려는 시각과 믿지 못하겠다는 반감이 공존하고 있다.  

재단 직원 A씨는 “대표가 지역 문화인들과 심각하리만큼 소통하지 못하고, 늘 ‘어디 좋은 자리가 없냐’고 물어보면서 대전을 떠나려 한다는 소문이 많다”며 “내가 듣기로만 벌써 4군데나 다른 기관장 공모에 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명확한 근거는 없고, 소문으로만 듣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재단의 다른 직원 B씨는 “실체가 없는 소문이 언론보도로 나와 당황스럽다”며 “전임 대표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등 내부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갈등구조에 텃새까지 겹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A씨와 완전히 다른 설명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박만우 대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휴가를 떠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함께 논란의 대상이 된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떠날 마음이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를 보도한 3개 언론사 중 단 한곳에서만 전화를 받았고, 나머지 두 곳에서는 기본적인 확인전화도 없이 기사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 관장은 “SNS 등에 저격글을 올린 문화계 인사들은 내가 잘 모르는 미술계 밖 사람들”이라며 “대전지역 미술계는 텃세 같은 것 없이 협조를 잘 해주시고 있고, 나 역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전 문화계의 갈등과 반목으로부터 미술계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의혹 논란 당시 관련 기관장을 SNS에서 질타했던 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개인 신상에 관련된 문제고 인사문제는 증빙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명확한 증빙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보도한 것은 지나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인사는 “결국 기관장이 신뢰가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지역문화인들과 소통구조가 중요하다”고 기관장의 소통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문화계 내부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문화계 내부소식에 정통한 지역의 한 원로인사는 “문화인들이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어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인사권자가 기관장에게 분명한 역할을 부여하고 힘을 실어줘야 기관장도 구심력을 얻어 갈등과 반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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