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김재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을 정무부시장에 내정했다. 허태정 시장은 “김 내정자가 실물경제와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가 풍족하고, 중앙정부나 기업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했다. 내정자가 미국 조지타운대 자본시장연구센터연구원과 국정원 경제단장 등을 지낸 점도 ‘경제 전문성’과 연결짓는 명분인 듯하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이면 경제보다는 조직관리나 선거용 아닌가 하는 의문을 먼저 떠올리게 돼 있다. 대전시 시정보다 시장 자신의 미래를 위한 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국정원 안에서 다룬 분야가 경제라고 해도 ‘정보관리 차원의 경제’라는 점에서 이를 경제 정책에 대한 식견과 안목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운동권 출신 시장이 그 반대편에 있던 국정원 출신을 기용했다는 점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이 나온다. ‘진영’으로 보면 허 시장은 자신의 반대편이었던 사람을 선택한 셈이다. 시장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진보 진영의 시장이 ‘가장 보수적인 기관’ 출신 인사를 등용해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정보기관 출신의 ‘정보 능력’을 탐냈다면, 시장이 ‘정보통 참모’ 하나를 쓰는 데 불과한 인사다. 어느 쪽인지 허 시장 자신은 알 것이다.

국정원 출신이라는 점만 갖고 정무부시장에 적합한지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게 인사청문회다.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말을 들어보면 적합성 판단에 도움이 된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인사청문 절차를 통해 정무부시장으로서 소신과 계획 적합성 등을 시민들로부터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시는 수용하는 게 마땅하다.

대전시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 등 시 산하 일부 기관의 장(長)을 임명할 때는 청문회를 거치고 있다. 정무부시장은 대상이 아니다. 정무부시장이 산하 공기업 등의 장과 역할이 같지는 않으나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하 기관장보다 훨씬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타 시도를 보면 정무부시장을 경제부시장 등으로 활용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있다. 

주먹구구로 사람을 쓰면 그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문회는 더 나은 정무부시장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정무부시장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 임명 시점을 다소 연기하더라도 ‘청문간담회’라도 해서 최소한의 검증 절차는 밟았으면 한다. 그게 어렵다면 이제라도 청문회제도 만들어 앞으로는 청문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