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82] 정치의 품격은 ‘신뢰’가 기본

지난 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 저도를 찾아 시민들과 함께 둘레 길을 걷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 저도를 찾아 시민들과 함께 둘레 길을 걷고 있다. 청와대 제공.

#1. 2019년 7월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 K리그 올스타팀과 유벤투스 축구팀 친선경기가 있었는데요. 경기장은 호날두의 ‘뛰는 모습’을 보러 온 관중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이 팀은 기상 악화를 이유로 예정시간 보다 1시간가량 지각했습니다.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더구나 호날두는 경기 내내 ‘앉아만’ 있었습니다. 경기 이후에도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안했습니다. 관중들은 분노했고, 주최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우리는 이 경기를 ‘노쇼(No show)’, 호날두는 ‘날강도’로 빗대 ‘날강두’라며 야유하고 있습니다.

이틀 뒤(2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이곳에서는 이날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공연이 열렸는데요. 이날 역시 날씨가 좋지 않아 일부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출신 가수인 ‘앤 마리’는 팬들과 약속을 지키려고 호텔 라운지를 빌려 무료로 공연 했습니다. 관객들은 약속을 지킨 뮤지션에 고마운 마음을 종이비행기에 실어 보냈습니다. 그녀는 감동의 눈물과 아름다운 노래로 화답했고요. 앤 마리는 자신의 SNS로도 공연을 중계했는데요.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와 보여준 그녀의 프로정신은 ‘영국’이라는 나라의 국격가지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공연을 ‘굿쇼(Good show)’라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2. 지난 달 30일 경남 거제시 저도. 문재인 대통령이 저도에 거주했던 주민 가족과 일반 시민 등 100여명과 저도 둘레 길을 걸었습니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 목적이 저도를 국민에 개방하겠다는 공약 이행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휴가를 반납했습니다. 일본 경제 보복과 중‧러 영공 침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정세가 녹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가족들과 비공개로 제주를 찾았고, 주중 저도까지 방문하면서 ‘휴가’인지 ‘공무’인지 모를 행보를 보였습니다. 일부 야당은 이를 가리켜 ‘휴가반납 쇼(show)’라고 주장했습니다.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추가경정예산(추경)처리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4월 25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난 지 99일 만인데요. 역대 두 번째 국회 장기체류 기록이라고 합니다. 여야는 나흘 전(29일) 1일 추경을 비롯해 일본 경제보복 철회 촉구 결의안,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여야는 본회의 시간을 수차례 미룬 끝에 자정을 넘겼습니다. 여야 모두 말로는 민생과 경제를 열심히 떠듭니다. 그러면서 정작 100일 가까이 본업을 무시한 셈입니다. 한마디로,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습니다. 일도 하지 않고, 염치없이 국민 혈세만 받아 챙긴다면 ‘날강두’와 다를 바 없습니다.

호날두는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이고, 앤 마리 역시 유명 팝 아티스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프로’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서 보여 준 두 사람의 품격은 대조적이었습니다. “호날두 반대말은 앤마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문화계든 체육계든 각계를 대표하는 프로라면, 팬들에 ‘신뢰’라는 품격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프로의 자세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에도 프로가 있다면 그 기본은 ‘신뢰’라는 품격일 겁니다. 정치인들은 팬(지지자)과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에도 없는 ‘민생 경제’만 백날 떠들진 않을 겁니다. 또 스스로 만든 ‘선진화법’을 어겨놓고, 경찰조사를 거부하는 어깃장을 놓지도 않을 겁니다. 한일 갈등이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이란 보고서도 만들지 않을 겁니다. 부디 호날두와 같은 말이 ‘대한민국 국회(의원)’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은 공무인지 휴가인지 모를 대통령 행보보다 본인들의 먹고 사는 일이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국회와 대통령은 국익에 부합해 상식적이고,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와 국정을 펴느냐가 중요합니다. 날이 무덥습니다. 더울 땐 그저 쉬는 게 보약입니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일도 하고, 정치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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