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충남 문제에 인색한 충남 시장·군수들
[칼럼] 충남 문제에 인색한 충남 시장·군수들
  • 김학용
  • 승인 2019.07.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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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지난 25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남도 시장·군수협의회’ 모습.
지난 25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남도 시장·군수협의회’ 모습.

당진시는 평택시에 억울하게 빼앗긴 땅을 되찾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당진시가 관할해오던 서부두 매립지 96만㎡의 71%에 해당하는 면적을 행정안전부(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떼어내 평택 관할지로 넘겼기 때문이다. 당진시민들은 ‘충남도계 및 당진땅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촛불집회와 헌법재판소 앞 1인시위를 해오고 있다. 촛불시위는 1400일, 1인시위는 1000일을 넘겼다.

이 도계분쟁은 말 그대로 도계, 즉 도(道) 간의 경계를 놓고 벌이는 싸움인 만큼 충남도와 시군이 힘을 보태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어제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는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시장군수협의회회장을 맡고 있는 논산시장이 “수고스럽지만 연대와 협력의 의미에서 (각 시군들이) 1인 시위를 분담해서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냉정한 답변들이 이어졌다.

“권고 사항이 될 수는 있어도 시장 군수들이 강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무 사항으로 부과할 수 없고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마음이야 보탤 수 있으나 몸이 가야 하는 일이니 쉬운 일은 아니다.”(A시장)
“한 달씩 돌아가며 하자는 것은 부담이 크다. 이렇게 하면 어렵다.”(B군수)
“어업 문제 등으로 (당진과)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대책위가 우리시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고, 충남땅을 찾자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동참하겠다.”(C시장)
“(도계 문제는) 당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와 함께 목표를 가지고 공동행동으로 해야 한다.”(D군수) 

두 명은 반대, 한 명은 마지못한 찬성, 확실한 찬성은 한 명뿐이다. 마음은 보태지만 몸은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 아닌가. 당진시민들에게 힘을 보태려고 올린 안건이 되레 그들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 당사자 당진과 나머지 시군들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겠으나 십시일반의 도움도 꺼리는 모습에서 충청도 인심이 원래 이렇게 인색한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충남도내의 15개 시군은 ‘충남’이라는 지역공동체의 울타리 안에 있는 기초자치단체들이다. 각 시군의 이해가 충남 전체의 이해와 무관할 수 없다. 도계분쟁은 당진시뿐 아니라 충남도의 이익이 걸린 사안이다. 충남도민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문제다. 충남의 모든 시군민들은 동시에 충남도민이다. 시장 군수들이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못 본체 할 수 없다.

충남도가 ‘아버지 집’이라면 15개 시군은 ‘아들 형제의 집’과 마찬가지다. 도지사는 아버지요, 시장 군수들은 분가한 자식들로 형제 사이나 마찬가지다. 도계분쟁은 충남도와 경기도가 벌이는 싸움인 만큼 1차적으로는 ‘아버지 충남’의 문제이고, 그 결과에 따라 ‘아들 당진’의 땅 재산도 달라지는 분쟁이다. 부자와 형제 사이가 맞다면 이렇게 냉정하게 뿌리칠 수는 없다.

2달 전에는 아버지와 아들들이 함께 모여 ‘당진땅을 되찾자’고 결의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시장 군수들은 “이 문제는 당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충남도 전체의 문제”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진-평택 분쟁에 충남도 분열상 패배보다 큰 상처

이 문제는 ‘아버지’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아버지의 문제다. 당진-평택 간 시계(市界)의 문제이기 전에 충남-경기 간 道界의 문제다. 싸움은 전임 도지사 때 시작되었다. 행정안전부가 헌법재판소 판결을 뒤집고 평택의 손을 들어주면서부터다. 당시 ‘아버지’는 행정안전부에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아들과 그 가족들’이 혈서를 쓰고 삭발하며 투쟁에 나설 때, 이유도 불분명한 해외 출장 비행기에 올랐다. 

작년 선거 때 아버지가 바뀌고 아들들도 일부 바뀌었으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여전히 아버지와 아들들이 힘을 합쳐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도 같다. 양 지사가 시장 군수들과 손을 맞잡고 노력하는 모습은 다행이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몇몇 자식들은 집안꼴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 그게 아버지 탓이든 아들 탓이든 충남도민 가족 전체를 맥빠지게 만든다.

땅 싸움에선 이길 수 있고 질 수도 있다. 땅 싸움 과정에서 보이는 충남의 분열상은 땅을 빼앗기는 것보다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충남도는 대전과 세종아 분리해 나가면서 도세가 크게 위축돼 있다. 거기에다 천안시 등 북부권 일부는 생활권과 정서가 충남을 이탈, 수도권으로 기울면서 ‘서울시 천안구’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예타면제 등 정부정책에도 충남은 홀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계분쟁은 충남도가 처한 이런 위기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잣대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분쟁의 결과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충남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면 승패를 떠나 의미가 크다. 도계분쟁에 도지사가 적극 나서야 하고, 시장군수들도 협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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