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센터 라인 붕괴, 선수 운영의 아쉬움, 투수진도 답보 상태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기대했던 한화이글스가 시즌 최하위권에 머무르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기대했던 한화이글스가 시즌 최하위권에 머무르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중 50경기를 남겨둔 94경기를 치르며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았다. 지난 시즌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던 만큼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큰 희망을 가진 채 시즌을 시작했다.

94경기를 치른 현재의 성적은 35승 59패, 승패 마진 –24, 승률 0.372를 기록하며 9위에 위치하고 있다. 최하위 롯데와는 승차 없이 승률만이 앞서 있을 뿐이다. 단, 1년 만에 곤두박질 친 성적을 받아들었다.

2년 차를 맞이한 한용덕 감독은 리빌딩을 천명하며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 시즌을 맞아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강팀으로의 자리매김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희망찼던 계획은 아직까지는 물거품으로 돌아간 채 최하위를 걱정할 위기에 놓였다. 

이용규, 하주석의 이탈로 센터 라인 붕괴

강팀의 조건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 하나가 센터 라인의 힘이다. 그 힘은 바로 수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시즌 초 “센터 라인의 힘(수비)”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좌익수로 이동을 하는 상황이었지만 언제든 중견수 컴백이 가능한 이용규가 트레이드 요청을 하면서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또한, 젊은 피의 선두주자이나 내야의 핵심 유격수 하주석이 5경기 만에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긴 채 시즌을 시작했다.

이용규의 좌익수 이동이라는 강수를 두며 공격력 강화를 위해 중견수 정근우 모험을 선택한 한용덕 감독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되었다. 정근우는 역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2루수이긴 했지만 38살의 노장이었고 어디까지나 초보 외야수에 지나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고 믿었던 공격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부상까지 입으며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하주석의 대체 자원인 오선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고졸 2년차 정은원과 키스톤을 꿋꿋하게 지켜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 오랜만의 풀타임 소화는 좋았던 컨디션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고 체력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결국 부상에 쓰러지고 말았다.

여기에 지난 시즌 지성준과 안방을 나누며 든든하게 지켜줬던 최재훈이 거의 홀로 안방을 지키며 분전을 펼쳤다. 지성준이 두 차례에 걸쳐 유행성 이하선염(일명 볼거리)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제 3의 포수로 예상됐던 김창혁은 기대에 못 미쳤고 베테랑 김종민이 잠깐 자리를 지켜줬을 뿐이다. 최재훈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아직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씩 힘든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숙제이다. 

결국 예상치 못했던 이용규, 하주석의 이탈로 인한 센터 라인의 붕괴가 한화이글스가 고전을 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 판단이 된다.

선수 운영의 아쉬움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한화이글스는 6월 3일까지 6위를 유지하며 5위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었다. 5월말 부진에 빠지면서 하위권 팀들의 추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6위에 위치하며 호시탐탐 가을야구 진출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팀은 급격하게 무너졌고 6월을 지내고 7월을 지나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무려 승패 마진이 –24까지 빠지게 되었다. 순위는 앞서 언급한 승차 없는 9위. 여기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상치 못했던 이용규와 하주석의 이탈로 야수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오선진과 정은원 그리고 최재훈이 분전을 하고 있을 때 이 세 선수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오선진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후 복귀를 했고 정은원은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다가 시즌 성적이 많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재훈도 힘에 부치는 모습으로 부상으로 인한 강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 겨우 경기력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노시환, 변우혁의 신인 듀오의 활용에 아쉬움이 남는다. 노시환은 3루, 변우혁은 1루 또는 지명 자원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노시환의 1루 기용 그리고 최근에는 유격수 기용까지도 감행하고 있다. 유격수 기용은 스프링 캠프에서나 있을 수 있는 투입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 정도이다. 또한, 노시환에 비해 변우혁에게는 지나치리만큼 기회가 적게 가면서 리빌딩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여기에 고졸 2년차 좌완 박주홍의 기용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발로 실패했지만 불펜으로 또 다시 퓨처스로 다시 복귀를 반복하면서 과연 박주홍이 어떤 적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았다. 분명 재능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회를 주는 것은 맞지만 노시환이든 박주홍이든 미래를 보면서 기량 향상을 시켜줘야 하는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기용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믿었던 투수진의 전력 유지 실패와 성장 답보 상태

지난 시즌 한화이글스는 우주의 기운이 모였다고 할 정도로 역대급 경기를 많이 펼쳤다. 여기에는 분명 불펜진의 헌신이 중심이었다. 당연히 올시즌에도 그 불펜진이 건재하다고 판단되었다. 송은범, 안영명, 이태양, 박상원으로 이어지는 우완 불펜과 마무리 정우람이 지키는 뒷문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다만, 박정진의 은퇴, 권혁의 이탈로 생긴 좌완 불펜이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송은범, 이태양이 부진을 거듭했고 안영명과 박상원만이 고군분투해줬다. 하지만 안영명과 박상원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정우람에게 까지 영향을 끼쳐 그야말로 최강 불펜이 총체적 난국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지난 시즌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한용덕 감독의 좌우놀이와 이닝 쪼개기가 올시즌에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좌완 불펜 찾기에는 실패를 했고 지난 시즌 많은 투구를 했던 송은범과 이태양은 회복되지 않았으며 박상원은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과연 남은 50경기에서 한용덕 감독이 어떤 운영을 할지 주목이 되고, 여기에 시즌 시작부터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토종 선발진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장민재가 복귀를 하게 되면 서폴드, 채드벨, 장민재, 김범수까지는 운영이 되겠지만 수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던 5선발 자리를 과연 어떤 선수가 차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군 입대가 예정된 김재영, 가장 많은 기회를 받았던 김민우, 유일한 좌완 박주홍, 한화에서 야구 인생을 다시 시작한 문동욱, 대졸 신인 박윤철 그리고 고졸 3년차 김성훈에 이르기까지 후보군은 즐비하다. 다만 어떤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잡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용덕 감독도 선수도 팬도 말이다.

2018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가 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우승을 거머쥔 1999 시즌.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로 대망의 V2 사냥을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2019 시즌을 맞아 대망의 V2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갖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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