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정치, 정치 이벤트로 당 안팎 영향력 '과시'.."추석 이후 공개할 듯"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충남 천안 축구센터에서 당원 대상 특강을 가졌지만, 자신의 내년 총선 출마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황재돈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충남 천안 축구센터에서 당원 대상 특강을 가졌지만, 자신의 내년 총선 출마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황재돈 기자

이완구(69)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충남 천안에서 당원 대상 특강을 가졌지만, 자신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인 출마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출마지역을 묻는 참석자 질문에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저보다 더 높은 정치적 식견과 눈치가 대단한 분들이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감 잡으실 것”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이 전 총리는 올해 초 정치재개를 본격화하면서 지난 2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출마지역은 철저히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 구력을 감안할 때, 아직 패(牌)를 꺼내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베일 가려진 출마지..'천안갑 유력설' 높아져
명예회복 차원 출마, 당선 유리 최적 환경 찾을 듯

이 전 총리는 대전과 세종, 충남 천안갑과 홍성‧예산 등을 선택지로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천안갑을 유력 지역으로 꼽고 있다. 천안갑이 지닌 지역적 상징성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치상황이 출마에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천안갑 당협은 지난 1월 길환영 전 위원장이 사퇴한 뒤 현재까지 사고 당이며, 현역인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2심)까지 당선무효 형을 선고 받은 상태이다.

물론, 홍성‧예산도 당협위원장이 공석이지만, 3선인 홍문표 의원이 건재하다는 점에서 천안갑보다 상대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내년 총선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이후 정치적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경선과 본선이 상대적으로 쉬운 곳을 선택할 공산이 높다”고 천안갑 출마론에 무게를 실었다.

정치적 영향력 과시하며 당 지도부에 '신호'
민주당 총선 전략 '혼선' 유도 해석도
李 "늦지 않게 밝힐 것"..측근 "추석은 지나야"

이 전 총리 핵심 측근은 이 전 총리 출마지 공개 시점을 "추석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 핵심 측근은 이 전 총리 출마지 공개 시점을 "추석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출마지역 발표에 뜸을 들이는 이유는 내적‧외적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당 지도부에 신호를 보내는 측면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당분간 당원 대상 특강과 기자간담회 등 정치 이벤트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등 '정치적 부활'을 입증하려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성균관대) 동문이기도 한 황교안 대표와 교감도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20일 특강에 참석한 한 핵심 당원은 이 전 총리가 출마지역을 밝히지 않고 있는 부분에 “황교안 대표와 (내년 총선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후 최종 발표를 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부적으로는 민주당 충청권 총선 전략에 혼선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져 있다. 충청권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수(민주 15:한국 12)한 상황에서 일찌감치 출마지역을 선언할 경우 민주당 총선 준비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거물급’ 정치인인 이 전 총리 행보에 따라 대항마 찾기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 전 총리는 21일 <디트뉴스>와 한 통화에서 출마지역을 묻는 질문에 “지금 선거 때도 아니고, 나라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때인데, 개인의 정치문제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유권자들에게 결례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늦지 않게 밝히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리에게 출마지역구는 비장의 카드와 다름없다”며 “비장의 카드를 쉽게 꺼낼 순 없다. 적어도 추석은 지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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