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전의 역대 시장들.
대전의 역대 시장들. 왼쪽부터 박성효, 염홍철, 권선택, 홍선기 전 시장. 사진은 권선택 전 시장 재임시절인 2016년 9월 열린 '역대 대전시장 초청 시정간담회' 모습. 자료사진.

전직 대전시장의 현직 시장에 대한 ‘공개적 조언’이 이목을 끈다. 며칠 전 염홍철 전 시장은 SNS를 통해 허 시장의 소통방법에 대해 의견을 밝히면서 ‘평촌산단에 추진하던 LNG 발전소의 경우 유치에 확신이 있었다면 시민의 뜻이라고 백기를 들 게 아니라 수십 번이라도 토론을 거쳤어야 한다’고 썼다. 전임 시장이 현직 시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꼴이 됐다. 

전임은 후임에 대해 누구보다 훌륭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허나 방법이 잘못되면 서로 감정만 상하는 참견으로 끝날 수 있다. 전직과 현직은 공적, 사적으로 조심스러운 관계다. 서로 예를 벗어나면 도리어 뒤틀리기 쉽고 충고의 목적도 살리기 어렵다. 시정을 경험한 전임 시장으로선 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문제에 대해 현직시장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것이다. 염 시장의 충고는 이런 마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공개적인 조언 충고의 문제점

충고의 뜻이 순수해도 그대로 당사자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언으로 포장된 비판으로 의심받으면 조언은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이런 충고는 비판의 효과만 남게 되면서 차라리 조언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시정에 있어서 조언의 유용성으로 따지면 전임 시장만큼 중요한 대상도 없을 텐데 전직과 현직마저 언론을 매개로 해서 이런 식의 조언을 주고받는 것이 바람한지는 의문이다. 

공개적 조언이나 충고가 갖는 단점은 사실 언론활동에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은 정보 전달이든 조언이든 기본적으로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진정성 있는 조언이라도 비판과 구별이 어렵다. 명분은 조언이지만 비판이 목적인 경우도 있다. 이런 조언에는 어깃장이 나온다. 언론과 권력 사이엔 이런 관계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여론과 민심을 전하는 수단이란 점에서 ‘공개적 조언’이란 방법을 기꺼이 택하고 있다. 공개적 조언이 당사자를 기분 나쁘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과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써 여론과 민심의 향방을 전하는 게 언론이다. 과거엔 신문과 방송만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이젠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언론 활동이 가능한 시대다. 

전임 시장도 이런 대열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적 조언’의 문제점을 염두에 둔다면 적어도 현직 시장에 대한 조언은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어떤가 한다. 조언해줄 말이 생각날 때 허 시장을 직접 만나는 방법은 어려운 것인가? 시장이 아무리 바빠도 ‘시장 선배’와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 하는 게 정말 힘든 것인가?

시도지사가 전임 시도지사들을 초청해 간담회 하는 행사가 간혹 있다. 허 시장도 얼마 전 이런 행사를 했다. 그러나 선배를 예우하는 행사지 실질적 조언을 듣는 자리는 아니다. 시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라야 진짜 조언이 오갈 수 있다. 서로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만남만 아니라면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조언’은 하는 자보다 받는 자의 그릇 더 커야 가능

기꺼이 조언을 받는 것은 남들보다 모자라서가 아니고, 조언을 해주는 것도 더 똑똑해서가 아니다. 서로 자리가 달라서일 뿐이다.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만약 요다음에 염 전 시장이 다시 시장이 된다면 그땐 허 시장에게 조언을 구해야 맞다. 대통령이든 시도지사든 지위가 높고 권한이 클수록 귀를 열어 놓지 않으면 자신부터 위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고금의 사례들은 가르쳐준다. 국정이든 시정이든 더 널리 의견을 구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바람직한 결정이 가능하다.

대전시민 가운데 이 일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사람은 현직 시장이고, 관련 정보와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많이 가진 사람은 전직 시장이다. 대전에는 염 시장 말고도 두 분이 더 있다. 정치적 이해 때문에 소통이 껄끄러운 경우도 있겠으나 현직 시장이 하기에 달렸다. 전직의 의견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고 심지어 현직 시장과 생각이 반대일 수도 있지만, 현직 시장은 그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보완할 수 있다. 

허 시장의 리더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간부회의에서 목청을 높이고,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으로 리더십이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사안마다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일 처리가 공직자와 시민들로부터도 공감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누구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전직 시장이 SNS를 통해 시장 후배에게 날리는 ‘충고의 필설’은 정녕 조언인가 비판인가? 불통에서 나오는 현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공적인 조언’은 대체로 조언을 하는 자보다는 조언을 받는 자의 능력과 그릇에 달린 문제다. 조언을 들을 사람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어렵다. 따라서 조언으로 얻는 공은 조언을 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몫이다. 링컨 세종 등 뛰어난 정치인은 한결같이 조언받기를 즐긴 사람들이다. 언론 활성화는 필요하나 전직시장조차 ‘언론’을 통해서야 시장에 충고할 수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허 시장은 앞으로는 이런 식의 충고는 받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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