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78] 우리 정치에 필요한 ‘의식’과 ‘상상력’

남북미 정상이 지난 달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 만남을 갖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남북미 정상이 지난 달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 만남을 갖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난 더 행복해지겠지. 4시가 되면 벌써 난 설레고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러면서 행복의 가치를 알게 되는 거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어린 왕자를 만난 여우가 한 말인데요. 여우는 또 어린왕자에게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찾아온다면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해”라고 말합니다.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의식’이 뭐냐고 묻습니다. 여우는 “의식은 어떤 날을 다른 날들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란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지난 주 일요일(30일) 오후 4시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는 3시부터 설렜습니다. 그리고 이들 만남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순간, 모두가 놀랐습니다. 꽉 막혔던 한반도 정세가 뻥 뚫리는 장면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워싱턴(백악관)으로 초청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치권 일부는 이번 세기의 만남을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김정은 위원장 역시 내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겨냥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 끼지 못했다고 ‘패싱’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치적 해석과 주장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선 북미 정상이 4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워싱턴과 평양으로 서로를 초대하면서 평화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무 때나 찾아온다고 만날 사람인가요? 서로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의식도 했을 겁니다. 우리 국민들도 여우가 어린왕자에서 말한 것처럼 ‘의식’이 필요합니다. 특히 정치권은 의식에 더해 ‘상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문 대통령도 국무회의(2일)에서 “중대한 국면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도 포함되지만 우리 정치에 있어서도 부족한 것이 상상력이다. 과거의 정치문법과 정책을 과감히 뛰어넘는 풍부한 상상력의 정치를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보수정권 시절, 우리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에 경제 보복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서 5번에 걸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를 개선했습니다. 그 결과 발길을 끊었던 유커들이 다시 오고 있습니다. 한미 동맹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공고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마따나 “2년 반 전만 해도 한반도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핵실험도, 탄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하나의 큰 고개를 넘었습니다.

앞으로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개성공단도 열리고, 평양이든 워싱턴이든 북미정상이 다시 만나고, 종전선언까지 이어진다면 한반도는 더 행복해질 겁니다. 그런 상상력과 의식을 정치도, 국민들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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