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제도 개선 추진속 교총 및 교장들 반대 입장
일부 교장들 찬성 움직임...전교조 "떳떳하다면 왜 거부하나"

국공립 학교장들의 재산등록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일선 학교장들의 입장이 나뉘고 있다.
국공립 학교장들의 재산등록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일선 학교장들의 입장이 나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 학교장들에 대한 공직자 재산등록을 추진하자 당사자인 학교장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3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달 '국·공립 학교장 공직자 재산등록 방안'을 마련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이를 위해 교육부를 통해 시도교육청에 학교장들의 의견 제출을 요구했고 대전교육청도 지난달 27일 일선 학교장들의 의견을 제출받았다.

권익위가 국공립 학교장들의 재산등록을 추진하는 이유는 다른 공무원 등과의 형평성 뿐 아니라 권한만 있고 의무가 없는 학교장들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읽혀진다.

공직자윤리법 및 시행령에 따라 4급 상당 이상 공직자나 정무직 공직자, 금융·소방·경찰·감사 등 특정 업무 담당자는 재산 등록이 의무다. 반면 교직원을 지도·감독하고 학생 교육을 총괄하는 등 교육분야 윤리 확립의 핵심 주체인 학교장들은 재산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 인사, 예산 등 학교 행정 전반에 걸쳐 폭 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으나 이를 견제·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미비해 일부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3년 간 교원 부패공직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교 내 부패행위 중 학교장에 의한 부패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교원 부패공직자 중 학교장이 일반교사보다 현원 대비 약 19배 많은 수준이라는 게 권익위의 입장이다.

학교장은 별도의 직급은 없지만 지위 및 대우 수준 등에 있어서 4급 상당 이상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학교장의 경우 장학관이 임명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별도의 직급이 없다.

4급 이상 일반직공무원에 상당하는 직위에 임명된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도 재산 공개 대상이지만 유독 학교장은 그 권한을 남용한 부패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이를 견제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권익위가 조사한 교원들의
권익위가 조사한 교원들의 부패공직자 현황.

권익위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국공립 학교장들의 재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장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국공립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제출받은 결과 40여곳의 학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반대에 가깝다는 게 교육계의 해석이다.

대전교총도 반대 입장이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권익위을 향해 학교장의 재산등록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가운데 대전교총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전교총 한 관계자는 "권익위는 교장이 인사, 예산 등 학교행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으나 심의‧의결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견제‧예방 수단이 미비하다며 교장을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교장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한 왜곡된 현실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장 직은 학교 행정 전반에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학교운영과 학생교육과 관련된 것이지 외부와 결탁해 이익을 취하는 것과는 무관한 자리"라며 "학교장 재산 사항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회자되면서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 학교장의 사생활 침해 등으로 발생할 학교 현장의 혼란을 심각히 우려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교장들도 많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말로는 교육자가 청렴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여러가지 오해나 의혹의 시선으로 억울하게 상처받기도 한다"며 "시대 흐름에 맞춰 떳떳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 고교 교장도 "현재 사업과 예산에 관련된 주요 사항은 학교운영위에서 결정되고 대부분 입찰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집행 결과는 학교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거의 차단됐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차라리 떳떳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일부에서는 학교장은 별도의 직급이 없고 교직의 특수성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교장이 4급 상당 이상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과 동일 직급이라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며 "학교장 스스로 떳떳하다면 재산 공개를 거부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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