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낙선 이후 3년의 경험, 꽃길일까 가시밭길일까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페이스북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페이스북

박수현이 다시 광야에 섰다. 그는 내년 총선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19대 국회의원이던 그는 3년 전 20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재선 실패 뒤 그의 행보는 까마득했다. 기껏해야 원외 지역위원장이나 운이 좋으면 당직 하나 맡아 다음 선거를 기다릴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낙선 이후 3년 동안 유의미한 경험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그 배경에는 그의 절친 ‘안희정’이 있었다. 하지만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에 연루돼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유탄을 맞았다.

게다가 충남지사 경선 기간 본인의 가정사까지 들춰지면서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로 향하던 길은 멈췄다. 충남지사 예비후보 사퇴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그는 용케도 살아났고, 최근까지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낙선 이후 체득한 중앙 정치무대와 지방선거 경험은 그가 다시 광야로 나서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됐을 터다. 적어도 ‘백수’는 면했고, 많게는 인지도와 인맥 등 정치적 외연을 넓혔기 때문이다.

그 역시 지난 24일 충청권 국회 출입기자들과 나눈 고별간담회에서 “낙선시기 통상적으로 다른 정치인들이 가질 수 없었던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복된 자리에 있던 정치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고백했다.

그가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려는 지역구는 공주‧부여‧청양이다. 지난 총선에서 그를 이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버티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3개 시‧군 단체장을 독식하긴 했지만, 현역 의원에 그것도 4선 중진의 ‘벽’을 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정 의원은 일찌감치 공주보를 포함한 4대강 보 철거 반대 ‘이슈’를 선점했다.

기자는 고별 기자간담회 때 그에게 ‘내년 총선 상대 후보로 박찬호 씨와 정진석 의원 중 누가 더 편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박찬호 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짐작컨대 정 의원이 껄끄럽다는 무언의 답변이었을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지쳤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주변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민원과 그 민원을 들어주지 못했을 때 돌아온 말들에 상처 받았다고 했다. 정치인에게 ‘민원’은 숙명과 다름없다. 그 숙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3년, 그는 어찌 보면 ‘온실 속 삶’을 살았다. 이제 온실 밖으로 나온 이상 그 스스로 바람막이가 되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안희정도 없고, 지역구 시장‧군수에 의지할 수만도 없다. 본인 말로는 ‘정리’가 끝났다는 가정사 역시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모를 ‘뇌관’이다.

다시 광야에 선 그의 앞길이 ‘꽃길’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3년의 담금질이 헛되지 않았다면, ‘가시밭길’이라도 함께 걸으며 물 한 모금 따라 줄 이들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들었던 국민 목소리를 그가 가야할 정치 현장에서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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