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매킨지 기준으로 본 대전시정 현주소는?

대전시청 전경. 자료사진.
대전시청 전경. 자료사진.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전년 6월부터 9개월간 국내 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로벌기업 1800개 회사와 비교진단 결과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은 중병을 앓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조사 대상 100개사 중 77개사가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조직건강도가 약하며,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 수준이었다. 특히 리더십과 조율·통제, 역량, 외부지향성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기업의 임원실은 마치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는 암울한 지적과 함께 “불합리한 리더의 업무지시에도 ‘와이(why)’도 ‘노(no)’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조직”이라는 힐난도 쏟아져 나왔다.

최근 대전시정을 두고 “조직이 중병 들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맥킨지의 잣대로 대전시청을 진단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중병’은 오히려 꽤나 후한 점수일 듯싶다. 

최근 근무시간에 대전시 공무원이 청사 내에서 불법 미용시술을 받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허태정 시장은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후문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보고조차 제대로 안되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맞아 허 시장은 공직기강 해이를 사과하고,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시장으로서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는 임시처방에 다름 아니다. 중병의 씨앗은 '기강'이 아닌 '다른 깊은 곳'에서 발아하여 끝내는 더 넓게 더 깊은 뿌리로 커져 있을 수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시민의 제보로 발각되어 조직이 할 말이 없게 된, 그래서 공직기강의 된서리를 맞아 일시적으로 '엄숙한 장례식장'이 돼버릴 수밖에 없는 지금의 모습만 보아선 안될 일이다. 

애당초부터 시청의 기운이 ‘엄숙한 장례식장’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일의 활력은 사라지고, 매사에 일할 때 눈치를 봐야 하고, 그저 위에서 결정하는 일에 고개만 끄떡이는 조직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위에서의 결정이 늦거나 아예 없기에, 고개 끄떡일 일도 별로 없는 조직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급기야 무료한 차에 출장을 끊고 시계만 보다가 불법 미용시술을 받는 것이 이상할 게 없는 조직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조직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허 시장 자신이 며칠 전 1주년 평가에서 말한 '갈등 관리 능력, 도시 미래 비전 전략, 조직을 안정적이고 공정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조직 관리 능력'의 리더십 덕목은 실제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조직 안팎으로 업무 조율과 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정통제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진단해야 한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조직원의 역량은 어떠한지, 내부에서 안 되면 외부에서 좋은 역량들이 제대로 수혈되고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조직운영은 내부지향적인지, 시민의 힘이 함께 하는 외부 지향적 조직인지, 소수핵심층(이너서클) 중심 의사결정구조인지, 두루두루 외부 경청이 수반된 개방형 의사결정구조인지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단을 토대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부끄러움에 조성된 일시적인 '엄숙한 장례식장'의 그림자는 사라진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만연된 애당초의 근본적인 '엄숙한 장례식장'의 기운은 고스란히 남는다. 

그 기운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젊고 새로운 시장 아닌가?  2년차의 시작을 앞둔 지금 허태정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중병 든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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