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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조직 중병 들었다
대전시 조직 중병 들었다
  • 김학용
  • 승인 2019.06.25 17: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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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허태정 대전시장이 25일 주간업무회의에서 최근 대전시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25일 주간업무회의에서 최근 대전시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책임 가운데 조직의 기강 해이만큼 무거운 죄도 없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공무원 단속법[束吏 속리]’에서 청양현감 이세정의 예를 들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세정은 경학(經學)에 정통하고 후학들을 잘 가르쳐 재상(국무총리)도 그의 문하에서 많이 나왔다. 그러나 행정 능력이 없었다. 그가 충청도 청양현을 다스릴 때 최숙생이 충청관찰사(도지사)로 부임하자, 이세정의 문인들이 “우리 선생은 학문이 높고 지조가 맑다"며 군수 고과(考課)에서 폄하(貶下)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나쁜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최숙생이 그러겠다고 응낙했지만 맨처음 고과에서 이세정을 파면시켰다. 최숙생이 서울로 돌아오자 여러 재상들이 “호서(湖西 충청도)에 교활한 수령이 없어서 우리 선생을 하고(下考 최하 점수)에 두었느냐”고 따졌다. 이에 최숙생은 “다른 고을의 수령은 비록 교활하다고 나지만 다만 (그 수령) 한 사람의 도적일 뿐이니 백성들이 오히려 견딜 수 있지만, 청양현감은 청렴하되 여섯 도적(6방 아전)이 아래에 있으니 백성들이 견딜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점 때문에 다산은 “비록 학문이 크고 넓더라도 아전을 단속할 줄 모르는 자는 수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대전시 공무원이 청사 내에서 불법 미용시술을 받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황당한 사건이다. 전형적인 기강해이 사례로 보인다. 이런 일은 우연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청사 안에서 이런 불법 시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이 흐트러져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봐야 한다. 대전시의 기강 해이 사례가 이것뿐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시민들은 지금 대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심각한 기강 해이는 '죄송' 넘어 부끄러운 일

대전시청 주변에선 공무원들이 시장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유가 무엇이든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공무원들이 시장 말을 안 듣는다는 건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의 지시가 명백히 잘못된 경우가 아니면 시장의 지시는 이행되고 준수되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조직이 엉망이 된다. 시장이 못하면 부시장이라도 나서야 하는데 시장이 못 하는 걸 부시장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직의 기강해이는 그런 행동을 한 조직원보다 조직을 그렇게 만든 조직 수장(首長)의 책임이 크다. 청양현감이 제아무리 도덕군자라도 조직 관리를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기강해이가 심각하면 수장은 자신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근본(뿌리)이 어지러운데 그 끝[末端 말단]이 다스려지는 경우는 없다. 동서와 고금에 통하는 이치다. 시도지사가 엉터리로 행정을 했는데 공무원이 스스로 알아서 행정을 잘 챙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무원들은 책임만 피할 뿐이다.

따라서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수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이 하는 일의 양과 질이 크게 달라지게 돼 있다. 그렇지 않다면 주민들은 굳이 더 나은 사람을 시장 도지사로 뽑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관선이든 민선이든 더 훌륭한 시장이 조직을 더 잘 이끌면서, 주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조직이 엉망인데 시장 혼자 성과를 내는 경우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 많은 공무원을 고용해서 운영할 필요가 없다. 시장이 조직을 잘 이끌면서 서로 힘을 합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시민들을 위해 시장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기강해이는 시장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전시장은 청사내 불법 시술 사건은 단순 실수로 넘겨선 안 된다. 대전시라는 조직이 중병이 들었다는 신호다. 허태정 시장은 “시장으로서 죄송스런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사과했다. 마땅한 사과다. 그러나 이번 일은 적어도 허 시장에겐 ‘죄송’ 차원을 넘는, 시장으로서 ‘부끄러운’ 사건이고 심각한 사건이다. 조직이 망가져 있다는 신호인데 조직의 수장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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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동 2019-06-25 21:12:00
내가죄지 누구를 원망하랴

박천환 2019-06-25 20:41:07
스펙쌓는 중이니 이해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