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비서실장 고별 기자간담회, A4 290장 분량 방문자 자료집 ‘공개’

오는 25일 사퇴하는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24일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만난 방문자들을 정리한 자료집을 기자들에 공개하고 있다.
오는 25일 사퇴하는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24일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만난 방문자들을 정리한 자료집을 기자들에 공개하고 있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공직 사퇴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충청권 국회 출입기자들과 고별 간담회를 가졌다. 박 실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1년간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만난 방문자들을 정리한 자료집을 기자들에 공개했다. 이 자료집에는 A4용지 290장 분량, 4000여명 명단이 담겨 있다.

박 실장은 “명함을 받은 것이 8000장이라고 보고, 명함을 안 준 사람까지 따지면 1만6천명은 만났을 것이다. 저에게는 소중하게 남은 인맥”이라며 “재직기간 중에 들었던 이분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문희상 국회의장 의전 등 기본 업무 외에도 하루 평균 40여명에 가까운 민원인을 상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선 이후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 보냈다" 소회
사람에 얻은 힘 이면은 사람에 얻은 상처 '토로'

박 실장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20대 총선에 낙선한 이후 삶을 보면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대변인, 충남지사 예비후보, 국회의장 비서실장까지, 낙선시기에 통상적으로 다른 정치인들이 가질 수 없었던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서는 전국적인 인지도와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면, 비서실장을 통해서는 인맥과 초선 의원시절 바라보지 못했던 국회 구조를 훨씬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낙선했던 지난 시간을 무의미하게 지내지 않고 정치인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성원하고 걱정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공직을 떠나면 정치로 복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정치인의 삶 속에서 두 가지 경험이 초선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정치인으로 가는 자양분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잘 정리하고 나가겠다”고도 했다.

박수현 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충청권 기자간담회를 통해 20대 총선 이후 낙선 기간 동안 청와대 대변인과 충남지사 예비후보,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수현 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충청권 기자간담회를 통해 20대 총선 이후 낙선 기간 동안 청와대 대변인과 충남지사 예비후보,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 실장은 지난 달 27일 케냐 출장을 위해 경유지인 에티오피아 공항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쳤다’는 심경을 토로한 이유를 묻는 <디트뉴스>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21세기 3만 불 소득시대를 향해가고 있는데, ‘인정문화’에 대한 의식수준은 아직도 멀었다. 전화 한 통화로 민원 청탁을 하고, 안 되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당시 에티오피아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했는데, 어떤 분으로부터 ‘서운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름대로 민원을 해결하려고 정성껏 노력했는데, 그것이 서운하다는 몇 글자로 할 이야기인가 싶어 안타까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고 고백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 ‘정치인이 나약한 소리를 한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응원 댓글이 더 많아 힘을 얻었다. ‘나 때문에 그러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들도 많았다”는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법안심사소위 정례화 법제화, 국회 전자청원 시스템 마련 성과”
“재직 시절 들었던 국민 목소리, 정치 현장에서 실현해 낼 것”
내년 총선 출마 준비에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활동 ‘병행’

그는 또 문희상 의장이 공약했던 협치 국회, 실력 국회, 미래 국회를 위해 노력한 것을 재임 기간 성과라고 언급했다. 이 중 법안심사 소위 정례화 법제화를 이끌어 일하는 국회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과 국회 전자청원 시스템을 마련해 국민의 접근성을 높인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박 실장은 “저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또 정치인으로 정치권에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들을 수 있었던 모든 국민 목소리를 제가 가야할 정치 현장에서 잊지 않고 실현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25일 공직을 사퇴하는 박 실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 관리와 더불어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유엔 헤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유엔 해비타트 본부가 승인한 세계 최초 국가위원회로서 본부 사업의 실행과 관리를 위한 지역 연락사무소와 달리 자체 의결권을 가지며, 펀딩과 사업수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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