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소장, 동화작가, 시인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사건이 터지면 온 국민이 아파한다. 몇몇 사건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가 신속한 대응하는 경우도 있고,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라는 건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고는 반성하고 개선하면 된다. 그러나 인재(人災)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에 일어난 인재에서 정부의 해명이 있어도 믿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속에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다. 국민은 인재를 예방하지도 못하고 막아내지 못한 정부를 비난한다. 정부가 해명을 해도 그것을 믿지 않고 원망할 때가 있다. 분명한 건 정부를 이루는 사람도 국민이라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다.  

 취업이 어렵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연봉이 많고,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다. 대표적인 직장이 공기업이다. 그래서 공기업 채용은 어느 곳보다 공정해야 한다. 공기업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도 있고,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꿈의 직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기업 채용 비리를 발표했다. 소위말해서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천태만상의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꼴찌에 가까운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장이 채용기준을 바꾸는 등 꿈같은 공기업을 들어가고 싶은 청년들에게 허무감을 제공했다. 공기업도 이러한데 사기업은 얼마나 채용비리가 많겠냐며 허탈감을 보냈다.

이렇게 한결같지 않은 세상에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겠는가? 솔직히 분노할 일이다. 채용비리로 공기업에 대한 불신은 늘어났다. 공기업이 신규직원을 뽑을 때 정말 공정하게 채용했다 해도 한동안은 부정채용에 대한 불신은 여전할 것이다. 공기업에 대한 불신은 우리 사회에 갈등비용을 늘리게 한다.
 
채용비리로 인터넷에 갈등이 생겼다. 모든 채용이 다 비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데 왜 다 싸잡아서 ‘금 수저’, ‘낙하산’이라 치부해 버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채용된 사람은 억울하다. 또한 앞으로 공기업이 추진하는 일에 정당한 의심이 아니라 감정적 의심을 하고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공기업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갈등으로 생기는 시간적 낭비, 재정적 낭비인 셈이다. 채용은 공정해야 한다는 당연함을 깊이 새기고 행동했다면 일반 국민이 공기업을 의심하는 일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쌓기 어렵다. 애초에 신뢰를 잃어버릴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 곳곳에는 빠름을 예찬하면서 빨리 하기 위해 정당한 방법보다 편법과 속임수로 빠름을 이루어 나간다. 신뢰를 잃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어디서 어떻게 신뢰를 찾아할지 숙제다.

분명한 건 사회적 갈등 비용이 늘어나면서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를 믿지 못하고, 이웃을 믿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기 위해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법률적 장치는 신뢰를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 보다 더 포괄적이고, 양심적인 신뢰는 사람다움이다. 법은 최후의 수단이다. 인성이 제대로 되었다면 법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인성으로 사회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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