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이 예산을 전용해 썼다가 대전시의회 질책을 받았다. 사업비의 잔액은 반납해야 하는 데도 다른 사업에 전용해서 쓴 사례들이 여러 건 드러났고, A고등학교 외벽 보수공사를 하면서 예산이 부족하자, B고등학교 수선공사의 낙찰차액을 전용해 쓰기도 했다. 김찬술 시의원은 “지방회계 원칙을 위반한 사례도 많아 전체 결산서가 정확하게 작성됐는지 의심스럽다”고까지 했다. 

공공기관의 회계질서 문란은 혈세의 낭비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예산은 주인이 없는 돈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정부는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산하 각급 기관 단체에 매년 예산편성운영기준을 내려주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주는 강연료 수준은 한도가 있다. 강사의 전문성이나 지위 등에 따라 금액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이런 예산운용 기준 때문에 ‘김제동의 1500만 원짜리 특강’ 같은 건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도  공공기관에서 90분 강연료로 그만큼 줄 수는 없다. 예산운영기준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그래서 대덕구도 김제동 강연 비용을 강연료가 아니라 행사비로 책정했었다고 한다. 그냥 강의가 아닌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 하는 청소년 아카데미’라는 행사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김제동씨의 1500만 원 짜리 특강은 회계처리상으론 문제가 없었다. 김제동 같은 연예인의 특강은 여느 특강과는 다르기 때문에 강연보다는 행사로 보는 게 적절할 수도 있다. 내용에선 강연과 행사가 다르지 않더라도 예산 적용의 기준은 완전히 달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예산을 변칙 지출할 수 있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덕구 김제동 건이 주는 교훈

정부가 예산운영기준을 아무리 촘촘하게 규정해놔도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법으로는 편법과 낭비를 다 막아낼 수 없다. 결국 사람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예산집행권을 가진 시도지사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주민들을 위해 예산을 알뜰하게 쓰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기관장들은 다들 ‘주민들을 위한 행사’라고 둘러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덕구가 ‘김제동 강연’을 취소한 것은 이 문제가 좌우 갈등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는 행사였다는 뜻도 된다. 행사를 주최한 쪽은 그런 의도는 없다고 부인해도 다른 편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거금을 들여 그런 행사를 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김씨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어느 한쪽에겐 편파적인 인사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지금 같은 논란과 풍파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행사에 구청예산을 쓰는 건 돈도 돈이지만 주민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게 더 문제다. 대덕구청이 주는 교훈이다.

시교육청처럼 예산을 멋대로 전용하는 것은 예산 낭비는 물론 공직 부패로 빠지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일은 기강이 흐트러진 조직에서 생긴다. 교육청은 조직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대덕구가 하려던 1500만 원짜리 김제동 특강은 예산 낭비 문제에 있어서 조직보다 기관장의 생각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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