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가난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구나’ 라고 인지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가난의 표현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감마저 들게 하였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특별한 것은 가족애였다. 가난 속에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랑을 표현하고 그 사랑을 믿으며 살아간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욕심을 채우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그런 모습에서 ‘가난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돈의 형태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들어있다. 돈에는 권력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위에 따라서 상하구조와 급여의 차이를 피할 수 없으며 집 평수, 부동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 사장과 직원간의 갑질 관계, 사장과 직원간의 연인 관계, 해외 여행의 횟수 등에 따라 마치 외부적으로 보여 지는 것이 그들의 인품과도 같이 행동을 하고 말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돈은 ‘나답지 않게’하는 요소가 된다. 또한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가난을 한 번도 대면해 보지 않는 사람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듦과 아픔 그리고 소소하게 즐기는 행복감을 맛볼 수는 없다. 설령 느낀다고 하여도 그 크기와 정도의 차이는 크다.

가난은 비정상일까? 아니다. 가난은 정상이다. 또한 남과 비교의 대상도 아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 보면 한없이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마음이다. 비교하는 것과 동시에 불화는 시작된다. 즉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내기가 시작된다. 설령, 똑같은 상황에서 만원 짜리와 십만원 짜리 둘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 지금 경제적인 형편은 만원만 써야 되는 상황이구나.’ 라고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행동은 만원 짜리를 선택하면서도 마음은 십만원 짜리를 선택하지 못한 ‘가난의 탓’을 하거나 ‘남편 탓’을 할 수도 있다. 돈에 대한 마음의 불편함은 남과 비교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어 버렸다.

돈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까? 아니다. 돈이 사람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과 같아지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망이 가난하게 만든 것이다. 이원규 시인의 ‘속도’ 글을 보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자신의 욕망은 어쩌면 토끼보다 더 빠른 걸음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여지는 것을 쫒아가게 되면 마음은 점점 피폐되어 간다. 우리는 좀 더 늦게 갈 수는 없을까? 그것이 돈을 축척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마음의 인간다움을 저축하는 그런 시스템은 없는 것일까?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 돈으로 가난을 살 수는 있지만, 마음의 가난은 돈을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가난으로 상처 입는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돈을 벌어들이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린다. 영화‘기생충’에서 가난으로 시작된 ‘가난의 냄새’에 대한 상처(트라우마)는 가식으로 둘러쌓인 인간을 살인함으로 진솔하지 않는 인간에게 경종을 울렸다. 진심어린 마음이 아니면 마음의 가난은 치유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 많이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 해 본 사람이 부유한 사람을 더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않는다. 자신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품을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을 치유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치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유되지 않는 아픔은 품기보다는 공격성을 가져온다. 시기심, 탐욕, 불평, 괴로움, 공허함 등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들이 자신의 신념이 된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나 진정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채우지 못하게 되거나 자존심을 건들이는 상황에서는 관계를 강제로 정리하기도 한다. 이것을 정신분석에서는 ‘악성 자기애’라고 말한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자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 가난과 함께 마음이 빈곤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돈이 얼마나 사람을 가난하게 할까?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스스로 망상을 만들게 되고, 그 망상 안에서 가난이 들어날 때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결국 돈 자체가 사람을 가난하게 하지 않는다. ‘돈’이라는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자세가 어떠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가난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격한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고, 격하게 슬퍼하거나 분노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절을 보내거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만족하는 삶에 익숙해 있다는 그 또한 방법일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물질의 부(富)’로 인하여 자신을 아프게는 하지 말아야 하며 양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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