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의 후배들 “이젠 우리도 전면에 서겠다” 포부
대전서 10명 안팎 총선출마 거론, 냉소와 응원 ‘엇갈린 반응’

대전지역에서 내년 총선출마 후보로 거론되는 40대 이하 신예들. 왼쪽 위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최동식, 안필용, 권오철, 장철민, 바른미래당 김태영, 민주평화당 서진희, 정의당 한창민, 김윤기 씨.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전지역 정치권에서 1990년대 대학에 입학한 40대 이하 정치신예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의 후배인 이들은 그 동안 정치 전면에 서있던 86세대 선배들을 돕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선거에 직접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냉소도 있지만 “그럴 때가 됐다”는 응원이 나오는 등 반응이 엇갈린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치무대 전면에 선 86세대가 대부분 50대 중반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이끌었던 86세대가 세대교체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학번들은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86세대의 후배로, 선배들의 가치는 공유하되 IMF 전후 사회에 진출하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미 주류가 된 선배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86세대를 대체할 만한 세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대전에서 내년 총선출마가 거론되는 1990년대 학번들은 여야를 통틀어 10명 안팎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남대 법학과 90학번인 최동식 현 청와대 행정관이 대덕구 출마를 고심 중이다.

신탄진에서 자란 최 행정관은 지난 2006년 시의원 출마 경력이 있고 2007년부터 백원우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이해찬 당대표 선거시 조직총괄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최 행정관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대덕구에서는 박영순 현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박종래 지역위원장 등이 당내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행정관은 “민주당도 노화화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86선배들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이야기다. 그는 “(선배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며 “민주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여의도를 바꾸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성을’ 출마를 준비 중인 안필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책전문위원은 지역 거물인 ‘4선’ 이상민 의원과 일전을 준비 중이다. 안 위원은 “지역에서 이상민 의원에 대한 피로도 때문에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여러 조언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필용 전문위원은 한남대 경제학과 91학번으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회보좌관으로 오랜 기간 여의도에서 활동했다. 중앙당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대전시당 정책실장, 문재인 후보 선대위 통합정부추진위원회 팀장을 지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 90년대 학번의 후배격인 30대 연령 2000년대 학번까지 출마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권오철 중부대 겸임교수, 홍영표 의원실 장철민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권 교수는 중부대 02학번으로 학창시절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민주당 대전시당 조직국장과 청년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조직특보를 지냈다. 대전 중구에 일찍부터 뿌리를 내리고 바닥민심을 다져온 점이 최대 강점으로 손꼽힌다.

대전 동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장철민 보좌관은 서대전고 출신 서울대 정치학과 02학번이다. 2012년부터 홍영표 의원과 인연을 맺어 비서와 보좌관을 지냈고, 홍 의원 원내대표 시절 정책조정실장까지 역임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함께 일한 여의도 경험이 강점이다.

정의당에서는 김윤기 시당위원장과 한창민 중앙당 부대표가 대표적인 90년대 학번 출마예정자다.

김윤기 위원장은 논산 대건고를 졸업하고 1992년에 충남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다수 출마경력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거론된다. 17대와 19대 총선에서 서구을 지역구에서 출마했고, 대전시장 후보로 두 차례 출마하기도 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반대 등 대전지역 환경·노동 이슈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정의당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강조해 왔다.

대전 대성고 출신에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92학번인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는 대전 동구와 세종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회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노사모 국민경선대책 위원, 노무현 후보 대전국민참여운동본부 홍보부국장,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 운영팀장을 역임하는 등 그의 이력을 통해 ‘노무현’으로부터 출발한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예비후보로 뛰었던 서진희 민주평화당 대전시당위원장도 90년대 학번이다. 충북 영동대를 나와 목원대 석사를 마친 뒤 한남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민주평화당 전국청년위원장으로 중앙당과 지역을 오가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 서 위원장은 “엘리트 정치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에서는 40대 이하 정치신예의 도전을 감지하기 어렵다. 그나마 김태영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정도다. 김 대변인은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95학번으로 새누리당 중앙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바른정당 대전시당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 사즉필생, 당선 보다는 죽기를 각오하고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0대 출마후보군으로 계속 거론됐던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대표이사는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출마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지금으로선 출마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품요구 폭로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김소연 대전시의원(서구6, 바른미래당)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보수야당의 ‘젊은 주자’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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