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8-24 19:11 (토)
탈북자 [163]
탈북자 [163]
  • 이광희
  • 승인 2019.06.07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호사 지혈제는?”

주사했습니다.”

맥박은?”

아직은 정상이지만......”

정상이지만?”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요.”

혈압은?”

혈압도…….”

산소 호흡기 준비해. 그리고 수혈할 수 있도록 혈액도 충분히 준비하고, 혈액형이?”

“AB

혈액부족은 없겠구먼……. 아무튼 잠시도 눈을 떼서는 안 돼. 보호자분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깨어날 때까지 잠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될 겁니다.”

알았습니다.”

당직 의는 궂은 땀을 흘리며 채린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차트에 자신의 소견을 적었다. 그리고는 지혈제와 영양제 등을 링거액 노즐에 주사토록 시켰다.

한동안의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야 그는 숨을 돌렸다.

내 등짝에도 눅눅한 땀이 배어 있었다.

의식을 차릴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무엇이라고 말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많은 하혈을 하셨네요. 자궁수축이 제대로 되지 않는 특이체질의 환자라…….”

특이체질?”

보통 사람들은 출산 직후 자궁이 자연스럽게 수축하지요. 하지만 이 환자는 자궁 수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특이 체질입니다. 그 때문에 출산한지 일백일 만에 하혈이 발생한 것이고요. 그동안 자궁내에 혈액이 계속해서 고여 있었던 셈이지요. 그러다 자궁벽이 터지면서 하혈을 했던 것이고…….”

그렇다면?”

낙담할 정도는 아닙니다. 우선 지켜봅시다. 환자가 의식을 되찾아야지 …….”

채린은 눈을 뒤집고 깊은 잠에 젖어 있었다. 맥박이 희미하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혈압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등짝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한기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7시간 40분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그 순간 채린의 맥박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억눌렀다. 숨을 크게 쉴 수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상황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전화가 있는 카운터까지 걸어갈 여유도 없었다.

내가 전화를 거는 동안 채린의 맥박이 끊어진다면 나는 더없이 큰 후회를 할 것이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

여보. 나 정말 사랑하지?”

그럼.”

나 죽어도 새장가 안들 거지?”

그렇다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채린을 병원으로 옮기던 앰뷸런스 안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맺혔다.

목이 잠기는 것을 느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