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73] ‘정치 정글’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

노무현 재단이 지난 18일 개최한 '2019 서울 시민문화제'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유시민 작가가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는 모습.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
노무현 재단이 지난 18일 개최한 '2019 서울 시민문화제'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유시민 작가가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는 모습.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남의 의심을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번 주 정치권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 만난 것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본인들은 ‘사적인 만남’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국정원이 내년 총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심지어 ‘북풍(北風) 정치’라고도 주장합니다.

그 의심의 배경은 양 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 등을 총괄하는 핵심 브레인이고, 서 원장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가 정보기관 수장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자리에 동석한 언론인 역시 북한 전문기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총선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날 그들이 나눈 대화의 실체적 진실은 본인들만 알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들은 그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않는다는 겁니다. 오해를 살만한 자리였다는 건 여권 내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북풍 정치’라는 야당 주장은 너무 나갔다는 생각입니다. 따지고 보면 북풍 정치는 과거 보수정권 전공분야 아니었나요?

그날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양정철 원장이 정치권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노무현의 사람으로, 문재인의 사람으로 살아온 그가, 이제는 ‘양정철’로 살았으면 했습니다. 간간이 글도 쓰면서 소박하게 말입니다.

그 스스로도 문 대통령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외국 유랑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란 DNA를 차마 버릴 순 없었나 봅니다. 어쩌면 그가 당에 복귀했을 때 문 대통령과 ‘거리’를 두던 모습에 박수를 보냈던 지지자들과 팬들은 적잖은 실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부터 그랬으니까요.

그는 복귀하자마자 민주연구원을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가 되겠다”고 호언했습니다. 민주연구원은 총선을 기획하고 병참(兵站)하는 곳이 아닙니다. 싱크탱크, 곧 정당의 정책을 개발하는 곳이라는 얘기입니다.

결과적으로 양 원장은 이번 서 원장과 만남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정치적 몸값을 올렸습니다. 2년 만에 국내에 돌아와 당 안팎에 정권의 ‘실세’임을 유감없이 각인시켰습니다. 그래도 당분간 그의 행보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입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눈들이 많다는 사실을 체감했을 테니까요. 본인이 서 있는 위치와 신분이 어떤지 생각하며 신중한 행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양 원장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유시민 얘기도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고, 국회의원도 두 번(16대, 17대)한 정치인 출신입니다. 지금은 정계를 떠나 글쟁이로 살고 있는데요.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유 작가는 차기 여권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는데요. 정작 당사자는 부담스러워 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자기 이름을 빼 달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랬던 그가 최근 정치권에 묘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고칠레오> 채널을 개설했고, 다음주(3일)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튜브 합동방송까지 합니다. 지난 18일 노무현 재단 행사에서는 양정철 원장의 정계 복귀 요청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도 했는데요. 정치권에서는 그가 정말 정계에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유 작가는 어제(30일)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 산 저의 10년은 그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며 정계 복귀설을 일축했습니다.

지난 2월 정치레이더 56회(노무현과 문재인 사람들 ‘빛과 그림자’)에 쓴 양정철과 유시민을 복기하면요. 양 원장은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결국 정치는 사람들에게 신세만 지고 고통만 남길 뿐 세상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더라는 경험을 아프게 고백하셨다. 그러니 정치하지 말고, 봉하마을로 내려와 같이 좋은 책을 내자고 하셨다. (중략)..노 전 대통령 돌아가신 지 8년이 지나, 결국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역시, 노무현이 옳았다.”

유 작가는 “제가 (정계복귀를) 안할 건데 자꾸 거론되고, 일부 여론조사에도 자꾸 들어가면 (곤란하다)"며 "대통령 후보든 국회의원 후보든, 정치할 사람 중에 골라야하는데, 하지도 않을 사람을 넣으면 일정한 여론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양정철은 자연인에서 정치인으로, 유시민은 정치인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갔습니다. 정치라는 정글은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참 어렵다고 합니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양 원장의 깨달음에 진정성이 담겼다면 정치라는 굴레에서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라건대 두 사람이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책도 내고, 좋은 작가로 살면서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하길 희망합니다. 양비(양정철)와 유 작가가 발신하는 신호가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오해와 의심의 메시지로 전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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