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과 배신 “몸도 영혼도 많이 힘들다” 페북 토로
정치권 지인 등 수천명 응원메시지 줄이어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지난 27일 해외 출장 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힘들고 지쳤다"는 고백글을 남기자, 수천명이 응원메시지와 글을 남기고 있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지난 27일 해외 출장 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힘들고 지쳤다"는 고백글을 남기자, 수천명이 응원메시지와 글을 남기고 있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자료사진.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자료사진.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페이스북 토로가 지인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0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온갖 청탁에 시달렸고 이제 지쳤다는 속내를 고백하자, 이틀 만에 2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고 600명 이상이 댓글을 게시하는 등 응원이 이어졌다. 

박 실장은 지난 27일 오후 케냐 출장을 위해 경유지인 이디오파아 공항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직히 많이 지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몸도 영혼도 많이 힘듭니다”로 시작한 글에서 그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청탁과 배신에 지쳤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박 실장은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했다. 될 수 있으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눈만 뜨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몰려드는 청탁자들을 대하면서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정성껏 듣고 설명하려 애썼다”며  “그것이 국민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지닌 정치인이 되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출발이고 기본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나날이 느는 것은 주변의 서운함들 뿐”이라고 적었다. “뉴스에 보면 뻔히 사법처리가 되는 사안들을 가지고와서 자기만 특별히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남의 민원은 청탁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자신의 청탁은 정당한 민원이라고 우기며 꼭 들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요구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반드시 인간적 배신으로 돌아온다”는 이유도 밝혔다. 

박 실장은 “인간이 원래 그런 존재려니 하며 속으로 참으려 해도 벌써 이런 세월이 10년이 넘고 보니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며 “이런 상태를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도 없다. 오직 모든 것을 주관하는 주님께서 알아주시리라는 믿음 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고 속내를 털어 놨다.   

그의 솔직 화법은 글의 후반부에 정점을 찍었다. 박 실장은 “이제 전화가 오고 전화를 받는 자체가 지긋지긋하다. 사람의 아픔이 담긴 민원보다 욕심만 가득 담긴 청탁에 토할 것만 같다. 서운함과 배신만 남는 사람사이가 정말 무섭다”며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나는 웃음을 가지고 싶었다”고 글을 맺었다.  

19대 국회의원과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 실장이지만, 그의 정치 역정이 그리 순탄치 않았음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 그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일례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수현님 믿고 의지하는 후배도 있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시고 그 특유의 미소와 웃음 잃지 말아 주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박 실장의 주 무대인 충청 정치권에서도 응원 댓글이 쇄도했다.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은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감할 내용”이라며 “그래도 더 많은 분들이 실장님의 밝은 웃음에서 희망을 찾는다”고 응원했다. 강래구 더불어민주당 대전 동구지역위원장도 “동병상련 용기를 가지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충남도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태신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통화 한번 한적 없는 사이지만, 평소 당신의 정치철학과 민의를 먼저 생각하는 평소행동을 지지한다”며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당신을 응원한다”고 응원글을 적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실장이 여러 민원에 시달렸을 것”이라며 “그를 괴롭힌 청탁자들에게 보란 듯 경고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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