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 이정 대표 오정균]

오정균 세무법인 이정 대표.(디트뉴스 자문위원)

아침, 저녁으로 약을 한 움큼씩 털어 넣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이 곳 저 곳에 탈이 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째다. 이제까지는 큰 탈 없이 그냥저냥 지내왔는데 요즘 들어 다소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약으로 그럭저럭 조절되던 증상들이 요사이는 검사할 때마다 걸핏하면 비정상 범위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그런 검사결과를 받아들 때마다 약을 먹어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만큼 병증이 깊어진 게 아닌가 싶어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약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바짝 정신 차리고 관리해야 했는데,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던 터라 그냥 등한시하고 지내다보니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약을 더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어떻든지 운동과 음식조절을 통해 관리해보자 작정을 했다.

본래 강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약골이라 하기는 좀 애매한 편이다. 어릴 때부터 큰 병 한 번 앓지 않고 자랐으니 약골은 아닌 셈이다. 아무튼 성년이 될 때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왔는데, 서른 중반 무렵 체중이 불고 배가 나오면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초기에는 무슨 자각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심코 지냈는데, 종합검진을 받을 때마다 별도로 관리해야 할 증상들이 한 두 가지씩 늘어나 도리 없이 약을 먹기 시작했다. 약을 먹어야 된다는 처방전을 받아 든 처음에는 부담이 돼서 건강을 관리한답시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다만, 그런 시도가 작심삼일에 그치거나, 그저 쉽고, 편한 방법을 찾아 꼼수를 부리다가 이내 그치기를 여러 번 반복했던 터이다.

일테면 운동도 제대로 않으면서,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 툭하면 과식을 해대고는, 뭣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찾아 먹는 것으로 건강을 관리합네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건강관리에 그런 꼼수가 통할 리 있겠는가. 갈수록 검사 수치가 나빠지고, 약의 가짓수가 늘어만 갔다. 그렇게 숱한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고, 무슨 일이든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그야말로 아주 기본적인 철칙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건강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운동과 음식조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도외시하고는 그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그럼에도 점점 나빠지는 건강상태를 어떻게 관리해보려 하지 않고 부담감만 잔뜩 끌어안은 채 하루하루를 그냥저냥 지내며 게으름을 피웠다. 그러다가 지난 해 정초, 스스로 적지 않은 나이라는 분별이 드니 문득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초조해졌다. 그 초조감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건강관리를 해야 되겠다는 속다짐을 하게 된 셈이다.

우선 그 동안의 실패를 돌아보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려면 어찌해야 할지를 하나하나 짚어 보았다. 무엇보다도 실천하기가 쉬운 것, 더해서 큰 비용이나 시간, 거추장스런 준비가 필요 없는 단순한 것이어야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쉽고, 단순한 것을 찾다보니 뭐니뭐니해도 걷기운동만한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걷기야말로 맞춤한 신발만 옆에 두고 있으면 언제라도 마음 내킬 때마다 할 수 있는 운동 아니겠는가. 그런 결론 끝에, 마음먹은 김에 당장 시작하자 싶어 작년 새해 첫날부터 딱 두 가지를 원칙으로 정해 놓고 거의 매일 실천했다. 하루 만 오천 보 이상 걷기와 매 끼마다 밥을 무조건 1/3정도 덜어내고 먹기.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그저 덜 먹고 많이 걷는 것이 내가 세운 원칙이고 요령이었다. 지난 1년간 그 원칙에 따라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걷고, 식탁에 앉으면 밥부터 덜어 내고 식사를 해버릇했다.

막상 해보니 하루 만 오천 보 이상 걷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니었다. 비가 많이 오거나, 아주 더운 날, 또는 특별한 일이 있으면 목표량을 미처 채우지 못할 때도 있지만, 여건이 될 때는 2만보 이상 걷는 경우도 많아 하루 평균 1만 오천 보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오히려 밥을 줄여 먹는 일이었다. 밥 수저를 들기 전에 나물이며 푸성귀며 반찬들로 배를 어느 정도 채운 후 밥을 먹는 식으로 식사량을 줄여 갔다. 처음에는 그렇게 밥 아닌 다른 것들을 충분히 먹어 배를 채워도 여전히 입이 궁금하고, 허기가 꺼지지 않아 식탁을 떠나기가 망설여지곤 했다. 시간이 좀 지나 그 고비를 넘기니 뱃구레가 줄었는지 어느 정도 먹으면 배가 불러져 이제는 숟가락 놓기가 비교적 수월해진 상태다.

그렇게 1년을 지내고 지난 연말에 체크를 해보니 체중은 연초 대비 대략 5킬로 남짓 줄었고, 허리도 제법 날씬해져서 보는 사람마다 배가 쑥 들어갔다고 놀라는 시늉들이다. 누구는 단 몇 달 만에 10킬로씩 줄였다던데,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1년에 4~5킬로그램 감량한 것은 얘기꺼리도 안되겠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생전 처음 어렵사리 성공한 경우라서 스스로 흐뭇하기만 하다. 배가 들어가니 전에 입던 바지가 죄다 헐렁해져서 그냥은 입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자주 입는 바지 몇 벌을 들고 수선집에 가는데 마음이 뿌듯하고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록 하찮은 일이지만, 내게는 그 어느 때보다 실감나게 성취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처럼 체중이 줄고, 배가 제법 들어가니 주기적으로 하는 병원 검사 결과에서도 제반 수치가 모두 나아진 것으로 나타나 기분 또한 한결 가볍다. 물론 아직도 식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해 때때로 과식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중간 중간 체중이 들쑥날쑥하는 편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체중이 꾸준하게 줄고 있는 추세다.

금년에도 체중을 조금 더 줄여볼 심산인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벌써 반년이 지나가는데 연초 체중에서 변함이 없어 아직까지는 별 성과가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더 늘지는 않고 유지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고민은 체중이 어느 정도 줄어든 이후로는 좀처럼 표 나게 줄어들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식사량을 더 줄여야 하는 건지, 운동량을 더 늘려야 하는 건지 영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판에 아내는 가뜩이나 작은 체구에 살이 빠지니 왜소해져 보기에 흉하다며 더 이상 체중을 줄이지 말란다. 그렇지만 체중을 줄이니 제반 수치가 좋아지고, 옷 입은 태가 한결 나아보이는 것 같아 내심 자꾸 욕심이 생긴다. 여기서 2킬로그램 정도만 더 감량해보려 하는데, 의사인 친구 얘기로는 이제까지 5킬로그램 줄인 것보다 앞으로 2킬로그램 줄이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란다. 내 생각도 그렇다.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여태껏 해오던 대로 그저 덜 먹고, 많이 걷기를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체중이 줄어들 터이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날씬해지지 않겠는가. 그냥 편하게 마음먹고, 꾸준히 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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