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동구청장 아이디어, 동구 "대표성 있는 인물 선정"
여성계 "여성 상품화 조장, 시대 역행하는 행정" 반발 기류

사진은 지난 22일 황인호 동구청장을 비롯해 동구 홍보대사로 위촉된 대전세종충청 미스코리아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 22일 황인호 동구청장을 비롯해 동구 홍보대사로 위촉된 대전세종충청 미스코리아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대전 동구가 대전·세종·충청 미스코리아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여성계는 황인호 동구청장을 향해 “왜곡된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동구는 지난 22일 “민선 7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관광도시 조성 사업에 대한 대내외 홍보를 위해 미스코리아 대전·세종·충청 대회에서 진·선·미로 선발된 6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디트뉴스> 취재 결과 동구의 미스코리아 홍보대사 위촉은 황인호 동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직접 홍보대사 위촉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인호 동구청장은 미스코리아 홍보대사 위촉 당시 “대전·세종·충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고 지성과 교양을 갖춘 미스코리아 여섯 분을 동구 홍보대사로 위촉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홍보대사 위촉을 계기로 동구가 명실상부한 관광특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 여성주의 잡지 <보슈>의 서한나 편집장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2019년의 일이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여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반인권적 대회인 미스코리아를 통해 동구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관광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발상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는 판단이며 구민을 우롱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 편집장은 “동구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싶다면 반인권적으로 여성을 상품화하고 도구화할 것이 아니라, 구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펴는 쪽이 합리적”이라며 “이와 같은 행태는 동구청의 무능함을 방증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임원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도 유감을 표명했다. 임원 대표는 “아름다움을 꼭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획일화된 미(美)로 비판받는 미스코리아로 동구 8경을 홍보하겠다는 동구청장의 왜곡된 인식이 개탄스럽다”며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는 동구가 성평등한 도시는커녕 시대를 역행하며 여성을 상품화하는 미스코리아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동구 관계자는 “동구에 대한 대내외 홍보를 위해 대전 충남의 대표성이 있는 사람들 중 미스코리아를 위촉하게 된 것”이라며 “마라톤 홍보대사로 이봉주 선수, 출산장려 홍보대사로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다자녀 밴드 ‘일곱빛깔 무지개’를 위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대전 중구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때문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6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예선대회’ 장소협조와 중구청 대회의실 대여 등 적극 협력하겠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역 여성단체의 반발을 샀다.

당시 지역 여성계는 “지자체가 나서서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행사 취소를 촉구했고, 주최 측이 ‘장소변경’을 통보하며 행사는 결국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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