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충남대에선 ‘고전번역교육원 대전분원 설립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조승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유성갑)과 충남대, 고전번역교육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다. 조 의원과 오덕성 충남대총장, 신승운 고전번역원장이 참석했다. 대전시에선 허태정 시장을 대신해 박영순 부시장이 참석했다. 

박재영 고전번역원 기획처장과 정만호 충남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하고 황의동 충남대 교수 조순희 고전번역원 교무처장 이동재 공주대교수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분원 설립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보다 신속한 설립을 위한 조건과 관계 기관의 협조와 지지를 약속하는 성격의 행사였다. 

대전 충청에만 없는 국가 한문교육 기관

민족문화추진협의회에서 출발한 고전번역원은 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의 고전을 번역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전번역의 중추기관이다. 고전번역교육원은 한문 교육과 번역 요원 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번역원 부설기관으로, 서울에 본원이 있고 전주와 밀양(부산 경남)에 분원을 두고 있다. 대구에는 한국학진흥원 대구분원, 광주에는 호남국학진흥원이 있어서 유사한 역할을 한다. 대전 충청권에만 이런 기관이 하나도 없다. 대전분원 개원은 한문교육의 지역 균형 차원에서도 마땅하다. 

대전분원 설립은 대전 충청권 한문학계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동안 대전 충청권에도 분원을 두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으나 대전시 등 지역 유관기관의 무관심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대전분원은 내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려면 예산 확보와 관계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토론회의 추최 기관과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번역기가 등장한 시대에 아직도 한문을 배울 필요가 있느냐 의견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한문으로 된 우리 역사와 고전을 내다버리지 않는 한, 한자 한문은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인공지능 번역기로는 충분한 번역이 어렵고 사람 손을 거쳐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번역기의 성능이 더 좋아진다고 해도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대전분원이 설립되면 대전 충청지역 한문교육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호문화권의 중심지인 대전 충청에도 번역을 기다리는 고전 자료가 많아 번역요원 양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번역원 측의 판단이다. 앞으로 대전분원이 우수한 번역자를 배출하고, 이들에 의해 충청권 선조들이 남긴 고전들이 빛을 보면 충청의 고전 인문학이 보다 풍부해질 게 분명하다.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구에 가보면 한문에 관한 한 대구가 마치 우리나라 수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방이지만 그만큼 한문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구만 아니라 광주도 전주도 그런 도시들에 속한다. 이젠 대전 충청도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승정원일기 번역 33년 걸린다는 얘기 듣고 고전번역원에 관심

고전번역원 대전분원 설립은 지역 국회의원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분원 설립은 조승래 의원이 앞장서고 대전시와 충남대 등 유관기관들이 손을 맞잡으면서 얻은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원 분원 설립은 지역문화 차원에선 큼직한 공기업 하나 유치하는 것 못지 않은 성과지만 ‘표’가 많이 걸린 사업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외면하기 쉬운 사업이다. 그래도 그런 일을 해주는 정치인이 대전에 있어서 다행이다.

조 의원은 국정감사를 하면서 승정원일기 번역에 33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번역원의 실상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정권마다 역사와 문화를 강조하지만 승정원일기 번역조차 33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고전번역원의 재정과 인력은 열악한 수준이다. 조 의원은 대전 충청권에만 정부의 한문교육 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대전분원 유치를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나라 역사를 알고 지방 문화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의정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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