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세상 톺아보기] 
객관적 평가, 융합행정, 리더십 세우는 2년차 준비하길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대전은 점점 오그라든다는데 방법이 없는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경제는 계속 힘들고 실업률이 계속 늘고 생활은 옥죄고, 이거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LNG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던데 그러면 좋은거야 아닌거야. 발표이후 얘기가 없네.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월평공원(갈마지구) 사업은 어떻게 되는 거야 도대체 하는거야 마는거야. 공론화위원회 발표한지 꽤 되었는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대전방문의 해’라 띄웠는데 뭐 달라진 것도 없고 뭘 한다는 건가. 하기는 하는 건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강호축’을 띄우고 충북은 계속 발전한다는데 대전도 끼는 거야. 피해가는 거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 들어갈 애들이 없어 사립대학은 많이 문 닫는다는데 대전은 사립대가 특히 많지 않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인사가 자꾸 특정부류의 사람들에게 편중되고 불미스런 소곤거림도 있고. 인사가 만사인데 말이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장 1년이 다 되가는데 특별히 한일도 없고 이러다가 시간만 보내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걱정이 늘고 있다. 물론 최근에 터진 문제도 있지만 오래 묵혀 곪아 걱정이 된 것도 있다. 대전에 대한 걱정, 가수 전인권이 진단하는대로 과연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 말할 수 있을까. 

아직 지나가진 않았지만 나름 의미가 있으려면 적어도 허태정 시정 1년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지금엔, 어쩌면 나름 1년을 진단하고 앞으로를 모색할지도 모를 지금엔, 앞으로를 위한 방향성의 단초라도 잡아놨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허 시장은 대전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정책대결보다는 나라전체 분위기의 대세를 타 어렵지 않게 지방선거를 승리했다. 어쩌면 허 시장은 시장이 되기까지보다 시장이 되고부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재임 구청장에서 체급을 올려 당선된 허 시장에겐 ‘더 큰 행정의 시정’에서, 중앙정부에의 ‘예산쟁탈의 장’에서 경험이 부족하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관료사회를 꿰뚫고 사람(시청공무원과 관계인사)들에 대한 이해가 높은 역대 선배시장 대비 경험의 폭이 적기에 함께하는 이들을 끌어가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널리 인재를 발굴해 써야 한다는 당위와 선거를 함께 치룬 자신의 소중한 동지들을 챙겨야하는 현실과의 갈등에서도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이 몸담은 정당,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계에서도 힘들었을 것이다. 전인권의 가사처럼 ‘그댄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가 반복되었을 것이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그러나 필자가 허태정 시장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힘듦 속에 허 시장이 더 힘든 지경을 스스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대전시민이 뽑아준 시대정신 속에 자신에 대한 기대, 자신만이 갖은 장점, 즉 ‘젊음과 새로움’을 잃지 말라는 얘기다.  

노래처럼, 허태정 시장은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대 힘든 얘기들 모두 꺼내어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이젠 다시 새롭게 새롭게 나아가라는 얘기다. 이것이 책임행정이고 젊은 리더십이다.  

7월이면 2년차가 시작된다. 새로운 시정준비를 위해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설계할 앞으로의 1달여 기간, 몇 가지 것들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 지속적으로 필자가 계속 강조하는 것이지만 1년간의 공과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행정은 평가에 인색하다. 예산도 없고 형식적이다.  

적어도 이 글의 도입부에 말한 몇 가지 걱정에 대해 추진 중이든 기획단계이든 그에 맞게 잘 기획되는지, 추진 중인지 냉정하게 스스로 평가와 외부기관의 평가를 거치며 문제가 있으면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융합행정이 필요하다. 이는 시대의 추세다. 정부는 부처융합으로 생활SOC사업 3개년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3년간 국비30조(지방, 민간 포함시 48조)를 투자한다. 지금까지 많은 공공투자가 그러했듯 잘못하면 기존 예산집행을 그럴싸하게 말만 바꾼 수준으로 전락되기 쉽다. 필자는 진정한 대전시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만들고 제대로 된 추진을 위해 대전시 내부에 부서융합형 ‘시민행복SOC본부’를 둘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대전은 4차산업혁명의 메카가 되어야 한다. 과학, 경제, 문화, 환경 등의 각 분야별, 중앙부처-지방정부, 관·산·학·연을 연결해 이를 끌어가는 ‘미래전략혁신본부’를 둘 것을 제안한다. 

이런 사업추진을 위해선 내부 공무원이  아닌 능력 있는 외부 전문가 활용이 필요하다. 전문능력에 바탕한 권위로 부서와 관계기관을 지휘할만한 책임자에게 이 막중한 일을 맡겨야 한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산업자원부에 미래생활전략본부(2004), 정보통신부에 미래전략본부(2006)를 두고 전문가를 영입한 이치와 같다.  

셋째, 3500명의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시청을 ‘허태정 리더십’이 제대로 통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많은 측면에서의 리더십이 있겠지만, 나는 ‘통 큰 리더십’을 권하고 싶다. 허 시장은 모든 사안의 만기친람이 아니라, 핵심사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믿음직한 성공사례를 우선 만들 필요가 있다.   

한편 시정 2,3년차는 특히나 ‘서번트리더십(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기간은 한참 성과를 내야하기에 실제 일을 할 공무원들이 힘에 부치고 특히 일부 공무원들은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 

‘불가사리와 소년’ 이야기가 있다. 해일이 밀려오는 바다에 불가사리가 해일에 실려 떼를 지어 해변위로 밀려온다. 한 소년이 며칠째 불가사리를 바다에 풀어준다. 사람들이 의아해하지만 계속 소년은 이를 반복한다. 사람들이 이유를 물어보자, 소년은 ‘불가사리가 불쌍하잖아요!’라고 말하며 묵묵히 그 일을 반복한다. 

‘불필요한 일 일수 있지만 때론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불필요해도 때론 의미 있는 일이 많다. 집권 2,3년차 리더는 이런 동료를 특히 챙겨야한다. 

제대로 지난 과거의 성찰이 이루어진다면, 진정 새롭게 시작하고자 했던 초심이 지워지지 않았다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를 곱씹고,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하며, 150만 시민들께 다시 한 번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를 외칠 수 있는 시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앞으로 1개월, 다른 어떠한 행보보다 ‘걱정말아요 그대’를 고민하는 허태정 시장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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