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충남대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유성온천문화축제 현장에서. 필자 육동일 충남대 교수.
유성온천문화축제 현장에서. 필자 육동일 충남대 교수.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지방자치 부활이후, 전국 방방곡곡에 축제가 없는 곳이 없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국 지자체가 개최한 축제 및 행사가 1만 4000여건으로 1년 사이에 23%가 증가했다. 특히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의 소규모 행사가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자체들이 지출하는 관련 경비도 따라서 크게 증가했다.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는 지자체들조차 소규모 행사를 남발했다고 한다. 일정 규모 이하가 소요되는 지역축제와 행사의 원가정보를 현재로선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축제를 개최하려는 원래의 목적은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지역정체성을 확립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있다. 함평 나비축제, 보령 머드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 등은 행사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은 성과를 내기는 커녕 명맥을 유지해가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장들이 이처럼 축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신들의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전형적인 전시성, 선심성 행사로 개최될 수 있어서 일부 단체장들은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관변단체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생색내기 좋은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불필요한 낭비적 행사로 치러지는 공통 이유는 행사개최 때부터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필요성에 대해서 지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생략된 결과다. 또 행사의 기본방향과 세부추진사업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결여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즉 행사준비에서 부터 사후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철저히 배제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이 축제행사의 진정한 주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단체장과 일부 공무원, 그리고 축제 전문가와 관련 이벤트업체가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들은 그저 들러리로 참여하는 정도가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 5월 10일부터 3일간 개최된 <2019 유성온천문화축제>는 성과도 물론 있었겠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나타난 바 있기 때문에 이제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매년 비슷한 내용들이 되풀이 되는 아쉬움도 클 뿐만 아니라, 내년의 보다 향상된 축제를 위해 행사의 결과가 면밀히 분석되는지도 알 수 없다. 축제의 목적과 성과를 점검할 경우,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세가지 사과를 비유해서 검토한다. 

첫째, 뉴톤의 사과다. 이는 축제를 통해 무엇인가 전에 없던 새로운 성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축제 마다 철저히 독창적이어야 한다. 

둘째, 아담과 이브의 사과다. 축제는 개최하기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성과는 극대화시키고, 부작용은 최소화시켜야만 축제의 플러스 효과가 발생한다. 

셋째, 윌리엄 텔의 사과다. 이것은 축제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축제는 목표도 없이 그저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고 있다.

결국, 모든 축제와 행사의 성공여부는 지역의 주민들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참여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말해서, 행사를 위한 제반 결정과정에서부터 결산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주민참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덧붙여서, 언론이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단체장의 선거용 축제나 행사에 언론이 쉽게 동조해버리면 언론의 중요한 역할 즉 객관적 사실보도와 비판의 역할이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축제의 실상을 전혀 모르는 가운데 분위기에 쉽게 휩쓸릴 수 있다. 때문에 언론이 지자체의 홍보기관이 아닌만큼, 축제 개최시 그 득과 실을 분명히 따지는 균형 잡힌 분석보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역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유성온천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 속에 행사개최의 주체와 목표. 규모와 수준을 올바로 결정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은 더 이상 허접하고 낭비적인 지역축제에 들러리로 참여해서 즐길 만큼 한가롭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유성온천문화축제가 대전의 대표축제가 되고 나아가 세계적인 온천축제가 되려면 민관의 협력속에 철저한 분석과 준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