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국민청원... 극심한 노동 강도에 개똥 청소 등 상사의 잔심부름까지 주장
20일 충청지방우정청 1차 감사, 대전지방노동청 공주우체국 특별근로감독 검토

17일 오후6시30분 전국우정노조 충청지방본부 공주우체국지부를 비롯한 충청본부 노조원 100여명이 공주우체국 앞에서 집배원 과로사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권오건 공주우체국지부장과 이화형 충청지방본부조직국장이 삭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6시30분 전국우정노조 충청지방본부 공주우체국지부를 비롯한 충청본부 노조원 100여명이 공주우체국 앞에서 집배원 과로사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권오건 공주우체국지부장과 이화형 충청지방본부조직국장이 삭발하고 있다.

30대 젊은 집배원의 죽음에 극심한 노동 강도와 개똥 치우기와, 이삿짐 나르기 등 상사의 잔심부름까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 숨진 34살 공주우체국 무기계약직 집배원이 과중한 업무에 상사의 사적인 지시까지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집배원노조는 20일 오후 공주우체국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과로사 순직 인정 등을 강력 촉구했다.

숨진 이은장 집배원의 유가족들은 이날 “이 씨가 오직 정규직 전환을 바라보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 등을 버텼다”며 이 씨의 순직 인정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 씨의 동료 100여명 또한“더 이상 집배원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근로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다앞서 고 이은장 집배원의 유가족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집배원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글을 통해 이 씨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상사의 개인적인 잔심부름으로 주말까지 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집배원의 형은 게시글에서 “하루 우편물량은 1200여건 정도로 전국 집배원 평균보다 200건 이상 많았고, 이동거리가 많은 농촌지역이다보니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에 퇴근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매일 2~3시간씩 연장근무에 시달렸고 우편물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분류작업을 할 정도로 힘들게 일했다”토로했다.

그러면서 “과중한 업무로 몸이 아프거나 배달을 하다 다쳐도 퇴근이 늦어 병원을 가지 못하고 파스나 상비약으로 아픔을 가라앉히며 일을 해야만 했다"며 "곧 있을 정규직 전환을 위해 동료가 빠지면 그 몫까지 더해 주말에도 일을 하러 나가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삿짐 나르기와 사택에 키우는 개똥 청소와 사료주기 등 상사의 개인적인 업무지시로 간혹 주말까지 나와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 불평 없이 묵묵히 일했던 동생은 상사의 잔심부름과 사적인 일까지 해야 한다는 것에 많이 힘들어했지만, 곧 있을 정규직을 고대하며 가족과 친구들에게만 '힘들다'고 하소연하다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렇게도 바라던 정규직 응시원서에 ‘정규직이 집배원이 된다면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어린나이에 죽은 제 동생이 안타깝고 억울해 청원 올린다.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더 이상의 과로사가 없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가족이 올린 국민청원 게시글은 현재까지 1만6600여 명이 동의했다.

17일 오후6시30분 전국우정노조 충청지방본부 공주우체국지부를 비롯한 충청본부 노조원 100여명이 공주우체국 앞에서 집배원 과로사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 17일 오후6시30분 전국우정노조 충청지방본부 공주우체국지부를 비롯한 충청본부 노조원 100여명이 공주우체국 앞에서 집배원 과로사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권오건 공주우체국 집배노조 지부장은 “자전거로 전국일주 할 정도로 건장한 34살의 젊은 청년의 죽음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돌연사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면서 “확인한 결과 개똥 청소 등 상사의 갑질이 있었던 게 사실로 별정우체국이다 보니 뒤늦게 확인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해진 근로시간(52시간) 안에 일을 마치려면 얼마나 노동 강도가 셀지 짐작이 가는 부분으로, 우편물 자동분류시스템 및 위탁배달 등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이 없다”며 “고인과 생전에 밥이라도 같이하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충청지방우정청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지시 등에 대한 1차 감사를 마친데 이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또한 공주우체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16년 2월부터 무기계약 집배원으로 일하던 고 이은장 집배원은 지난 13일 새벽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노조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고인이 된 이 씨는 특히 지난해 정규직 집배원 채용에 응시해 고배를 마셨지만,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오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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