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규 대표, 20일 저녁 결정...박철 감독 대행체제

고종수 대전시티즌 감독이 경찰 조사와 성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결국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고 감독 취임식 모습.
고종수 대전시티즌 감독이 경찰 조사와 성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결국 경질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고 감독 취임식 모습.

고종수 대전시티즌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성적 부진과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 일정부분 예정됐던 일이다.

대전시티즌 고위 관계자는 21일 "고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며 "성적 부진과 피의자 신분으로 선수단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고 감독은 지난 2017년 12월 스승인 김호 전 대표의 부름을 받고 대전시티즌 선수단을 이끌 감독으로 임명된 뒤 1년 6개월만에 구단을 떠나게 됐다. 고 감독 후임에는 대전시티즌 구단내 유일한 P급 자격증 보유자인 박철 스카우터가 감독 대행을 맡아 감독 선임 전까지 선수단을 책임진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최근 급격한 성적저하도 원인이지만 선수선발 공개테스트 과정에서 평가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따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 이후 성적 부진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대전시티즌을 향한 경찰의 수사는 구단주인 대전시가 지난 1월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단초를 제공한 쪽은 대전시티즌이다. 1차 서류전형에 총 284명이 지원했으며, 서류 합격자 8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23일 양일에 걸쳐 덕암축구센터에서 2차 실기 테스트가 실시됐다. 

고 감독 등 코칭스테프 3인과 공정성 및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인사(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1인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으며 2차 테스트를 통해 15명으로 추려졌다. 대전시티즌은 15명의 후보를 통영 전지훈련에 참가시킨 뒤 자체평가, 연습경기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평가를 위한 채점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점수가 조작된 의혹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대전시는 자체 조사보다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프로축구선수로의 꿈을 키우며 성장한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찬스를 제공한 공개테스트가 불법 의혹으로 얼룩진 것이다.

의혹의 골자는 평가과정에서 특정 선수의 평가 점수가 조작됐고 이로 인해 2명이 탈락한 반면 2명이 통과되는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고 감독에게 특정인을 추천했고 이 때문인지 김 의장이 추천한 2명 중 1명이 최종 후보 15명에 포함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5개월 동안 진행된 경찰 수사의 여파는 곧바로 구단 성적에 악영향을 줬다. 시즌 초반 2연승을 달리며 기대를 품게 했지만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선수단도 요동쳤다. 고 감독을 비롯해 1군 감독과 2군 감독이 모두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면서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최근 5경기는 1무 4패,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시즌 초반 상위권이던 구단 순위는 K리그2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일 부산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5골을 허용하며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이러면서 고 감독의 경질론이 팬들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한 팬은 대전시티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점수 조작과 관련한 코치 감독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르쇠인지. 알아서 나가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며 고 감독 등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구단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 위해 고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또 고 감독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구단 사무국장도 직위해제하면서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나머지 직원들 중 경찰 수사 결과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난 직원은 추가로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티즌 관계자는 "내주께 최 대표가 직접 구단 쇄신안과 발전안을 발표하면서 침체돼 있는 구단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단이 더 이상 추락하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고조되면서 최 대표가 구단주인 허태정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와 협의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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