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의 대표로 선출돼 일하는 공인인 만큼 더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모두 그런 각오와 다짐으로 시도지사에 출마해서 당선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약속을 다 지키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단체장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겠으나 가장 간단한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일정을 성실하게 공개하는지 여부라 할 수 있다.

시도지사나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서 보내는 일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 가능한 자세하게 공개해야 하고 공개한 내용은 없애지 말고 계속 공개 상태로 유지해야 된다. 이것이 쌓이면 그 지역의 역사가 된다. 시도지사 일정 공개를 가급적 회피하려 하거나 공개한 내용을 지우려 한다면 자치단체장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지금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에겐 아쉬운 점이 있다. 대전시는 ‘시장의 해외 출장’은 동정에 넣지 않고 있다. 외유 논란을 빚은 지난 달 미국 출장 기간은 공란으로 남아 있고 작년 말 베트남 출장 기간도 동정난만 보면 시장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시장의 해외출장은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출장 자체를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니라 해도, 사소한 행사까지 기록하면서 해외 출장은 왜 빼는지 의문이다.

일정을 지우는 충남지사, 빼먹는 대전시장, 안 쓰는 세종시장

충남도는 ‘도지사 동정 지우기’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직전 도지사 때부터 이어오는 버릇이다. 전임 지사 때는 한 달 정도 경과하면 도지사 일정을 삭제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는데 지금도 변치 않고 있다. 전임 지사의 임기 후반에는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 출장이 잦았으나 이는 일정에 넣지 않았다. 해외방문 등 ‘일정 빼먹기’는 허태정 시장이 전임 충남지사를 따라 하고 있고, ‘일정 지우기’는 양승조 지사가 전임 지사를 본받고 있는 셈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시장의 일정’난은 만들어 놓고 운영을 안 하고 있다.

대전 충남 세종은 충북처럼 해야 한다. 도지사 3선인 이시종 충북지사는 매일매일 자신의 일정을 월력표로 만들어 빼곡이 기록해 놓고 있다. 한눈으로 봐도 도지사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 수 있다. 일정표만 봐도 도지사로서 어떤 노력을 하며 임기를 보내왔으며,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충북도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충북도민은 물론 전국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어서 내용을 허위로 기록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성실하지 않으면 일정을 제대로 공개하는 게 쉽지 않다.

자치단체장 일정표는 그 주인공의 직무 성실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초적인 수단이다. 시도지사는 물론이고 시장 군수 구청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지역 대전시장 충남지사 세종시장은 그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일정을 자치단체장이 직접 기록해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정의 주인공인 자치단체장이 생각만 있으면 성실한 기록이 가능하다. 자치단체장 일정이 성실하게 기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성실하고 떳떳하게 직무를 보지 않고 있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열심히 업적 홍보를 하더라도 일정 공개가 미흡하다면 그의 성실성은 믿기 어렵다. 지금 충남지사는 유럽을 방문중이다. 지난 4월 유럽 출장에 이어 불과 한 달 남짓만의 해외 출장이다. 유럽의 역간척 공부와 복지정책 토론이 출장 명분이고 이를 부인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도지사의 성실성이 의심받으면 어떤 명분의 출장도 놀러다니는 외유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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