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55]
탈북자 [155]
  • 이광희
  • 승인 2019.05.1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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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백합?”

나 역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반복했다.

알렉세이디요.”

? 알렉세이가?”

나는 순간적으로 알렉세이의 농장에서 나오던 날 김부총영사가 승용차 속에서 백합이 미스터리 인물이라며 내게 한 말을 떠올렸다.

그렇디요. 대신 그에게서 미국 측의 핵협상 고급 정보를 사전에 북조선 측에 넘기겠다는 약속을 받았디요. 놀랄 만한 사실이디요?”

그의 말은 점점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나를 빠져들게 했다. CIA의 현지 프락치로 알려진 알렉세이가 북한과 핵폭탄 기폭 장치인 휴즈박스 거래를 극비리에 추진해 왔다는 말도 또 그가 백합이란 공작명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김 동지보다 의심이 많으시구만요. 북조선에서 떨어진 극비 전문이 여기 있디요. 보고 난 뒤 즉시 파기해야 하는 것인데 천지종합상사 지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몰래 빼 가지고 나온 것이디요. 보시라우요.”

그는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때묻은 종이를 꺼내 폈다. 현지 신문지에 싸여진 그것은 색바랜 종이에 깨알같은 텔레타이프의 글씨가 박혀 있었고 상단에는 비문 표시가 I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지령-1451

발신: 궁전

수신: 학교

내용: 드뇸을 백합과 상의할 것.

추신: 즉시 파기

 

궁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또 학교는?”

궁전은 북조선 중앙당을, 학교는 천지종합상사를 의미하는 것이디요.”

이럴 수가, 정말이군요. 그런데 채린은 왜?”

나를 쫓던 애미나이들이 내 냄새를 맡고 추적하다 김 동지의 거동을 의심하게 된 거디요. 이 전문을 보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디요. 이것은 박동지가 내게 넘겨준 건데 김 채린 동지를 없애라는 내용이 담겨 있디요.”

?”

그는 또 한 장의 종이를 펼쳐 보였다. 그곳 역시 색바랜 텔레타이프의 잉크가 땀땀이 찍혀 있었다.

 

지령-1459

발신: 궁전

수신: 학교

내용: 노란 병아리 야간 학교 입학

추신: 즉시 파기

 

노란 병아리 야간 학교 입학이란 말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북한이 채린을?”

그것도 아니야요. ”

그렇다면.”

김 채린 동지를 없애라는 지령이 떨어지고 난 뒤 박동지는 극비리에 자신의 오랜 친구인 중국계 마피아 하스볼라토프 홍에게 급히 연락을 했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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