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 새끼 말이야요. 그 새끼가 내 주머니를 알게 된거야요. 그새끼는 그날부터 나를 협박하기 시작했디요.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을 모조리 자신에게 주디 않으면 북조선으로 송환시키겠다는 것이었시요. 그러고도 모자라서리 앞으로 돈 버는 거이 절반을 지게 상납하라는 것이었시요. 나는 하는 수 없이 그 돈을 넘겨주고 벌목공 탈출자들 색출 작업에 동원된 거디요.”

그의 말은 스폰지 같이 나를 빨아들였다.

김 채린 동지를 만난 것도 그때쯤 이었디요. 우리가 탈출 한 뒤 우수리스크 인근에 숨어 있을 때 한 선교사를 만났고 그로부터 김 동지를 소개받았디요.”

그래서요?”

김 동지는 우리에게 아주 친절한 분이었디요. 이곳에 거처를 마련토록 한 것도 그분이었고 수시로 생활비를 인편으로 보내 준 것도 그분 이었디요.”

“...........”

나는 침을 삼키며 그의 눈빛을 주시했다.

그런데 상부의 지령을 받아 나를 쫓던 박 인석동지가 이런 사실을 안거야요.”

이런 사실이라니요

김 채린동지가 나를 만난다는 것을 말이야요.”

그럼 박 인석이 채린을 납치한 것입니까?”

아니야요. 그렇다면 왜 그가 나를 만나 보라고 말했갔시요. 그것은 결코 아니야요. 좀 더 들어보시라요.”

“......”

한번은 내가 우수리스크에 있을 때 박 인석동지가 그곳까지 찾아왔었디요. 그가 평소 나를 성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웠으니께 나를 본뒤 말을 하지 못하드라고요. 우리는 그날 밤늦게까지 세상사는 얘기를 주고 받았디요. 그리고 그가 나를 찾아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시 북조선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디요. 그 후부터 그는 도리어 나를 도와주었디요.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내게 그런 정보를 보내왔으니끼니. 하지만 그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우리의 위치를 노출시킬 수 없어 이곳으로 옮겨 왔디요.”

그렇다면 채린은 특수공작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디요. 하지만 김 동지는 내가 알기에는 최소한 납치되지는 않았디요.”

그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납치되지 않았다니요?”

돌연 뚱딴지같은 소리였다. 그녀가 납치된 것을 모든 기관에서 인정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납치되지 않았다는 것은 괴변이었다.

사건이 복잡합네다. 나를 찾아 나선 것은 박 인석 동지뿐만 아니었디요. 사회안전원 애미나이를 비롯해서 극동 지역 전 연락소 애미나이들이 나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으니 끼니. 왜냐하면 내가 북조선의 극비 공작을 추진해 오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디요. 북조선 애미나이들 뿐만이 아니었시요. 이곳 마피아들 까지 나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으니 끼니.”

특수 공작?”

공작명 드뇸이라는..”

드뇸?”

나는 숨을 멈췄다. 온 몸의 신경세포가 곤두선 채 그의 입모양을 살피고 있었다. 채린이 남긴 메모에 적힌 말이었다.

북조선이 붙인 공작명이디요. 핵폭탄 제조에 가장 중요한 부품인 기폭 장치를 극비리에 구입하는 것이었디요. 러시아로부터.”

? 기폭 장치?”

그렇디요. 기폭 장치인 휴즈박스가 없으면 핵무기의 보유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디요. 북조선은 그 동안 한쪽으로 코쟁이 동무들과 핵협상을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 제조에 열을 올리는 정책을 썼디요. 플루토늄은 이곳 마피아들을 통해 구입하고 자체 생산을 일부하기도 했디만. 휴즈박스는 구하질 못했디요. 그래서 이곳 마피아 최고 실력자와 이 문제를 상의했고 그것을 추진키로 했디요.”

그가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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