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향토기업들의 탈(脫)대전 행렬 속에 대전을 대표하는 우수 벤처기업 골프존마저 지역을 떠났다. 골프존이 지난 3월 본사를 서울로 옮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골프존은 2000년 카이스트에서 탄생해 성장한 향토 벤처기업이다.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연 매출 200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골프존의 대전 이탈은 이 회사가 과학도시 대전이 낳고 키운 벤처기업으로, 대전을 떠나야 할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 데도 고향을 등졌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전은 골프존 같은 벤처기업들이 즐비한 과학도시로 성장하면서 이런 기업들이 대전으로 몰려들어야 할 판에 오히려 향토기업마저 지역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골프존은 해외 거래 급증에 따른 업무효율화 등을 서울 이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동안 대전에 본사를 둔 상태에서도 이미 서울에서 그런 업무를 해온 점으로 보면 골프존의 해명은 석연치 않다는 게 지역 경제계 반응이다. 국내의 대표적 벤처기업 카카오가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간 것을 보더라도 골프존의 서울행은 납득이 안 된다.

골프존의 서울 이전은 그 목적이 정말 ‘서울행’인지 아니면 ‘탈대전’인지가 불분명하다. 지역 경제계가 우려하는 것은 전자보다 후자, 즉 ‘대전을 떠나는 것’이 목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골프존이 대전의 기업으로 남아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전이란 도시는 기업이 성공해서 돈을 벌면 손 벌리는 곳이 많아 시달리다가 지역을 떠나는 도시’라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골프존도 그런 경우일 수 있다. 골프존 사주는 서울로 옮기기 전, “정말 기업하기 힘든 곳이 대전이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했다는 얘기가 지역에 나돌고 있다. 서울 이전이 정말 그런 이유였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 시달리면 지역을 떠나려 했을까 이해도 된다. 그러나 자신이 크고 자란 고향을 함부로 등지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너무 소홀하게 여기는 것이다.

향토 벤처기업마다 등지는 과학도시 누가 오겠나

‘골프존의 탈대전’에는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전을 떠난 골프존에겐 고향을 배신한 기업이란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골프존이 우량 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창업자금 지원 등 지역사회의 도움도 작지 않았을 텐데 대전을 떠난 이유가 명백하지 않다면 고향에 대한 배신자 소리를 면키 어렵다.

지역사회의 책임도 크다. 특히 지역 이탈 원인이 경제적 문제보다 사회적 문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전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우수한 기업이 지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충을 겪고 있다면 누구보다 시장이 도와줘야 한다. 대전시가 그런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존의 이탈은 대전시의 기업유치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중견기업이 지역을 떠나면 지방세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도 당장 아쉬운 부분이나 우수 벤처기업의 탈대전은 과학도시 대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는 점이 더 우려되는 부분이다. 명색이 과학도시를 내세우지만 향토 벤처기업조차 등지는 도시를 어떤 기업들이 찾아오겠는가?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과학도시 대전의 미래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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