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번째 스승의 날, 교사들 불쾌감 토로
스승의 날 폐지 → 교육의 날 제정 요구 '국민청원' 등장하기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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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전체가 청렴하지 못한 이미지로 사회에 매도당하는 것 같아 불쾌한 날이다."

교사들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 정작 학교 현장에선 '불쾌한 날'로 인식되고 있다.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이후 3번째 스승의 날이 찾아왔지만, 지난 몇 년간 스승의 날 풍경은 '스승'께 보답하는 날이 아닌 '스승'의 부담으로 다가온 모양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따라 스승의 날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만 가능하며, 학생 개인이 달아주는 카네이션도 불가하다고 해석했다. 전교회장 등 학생 대표만이 (조화로 된)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세부적인 지침도 제시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으레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꽃을 달아주던 풍경은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다소 세부적인 규정 사항에 교사들의 부담감도 만만치않다. 3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대전의 한 사회교사 박모(29)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잠재적 범죄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교사들 전체가 청렴하지 못한 이미지로 사회에 매도당하는 것 같아 불쾌한 날"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일 서울시교육청 등이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에게 '청탁금지법 퀴즈대회'를 진행한 점도 교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돈을 모아 케이크를 선물하는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학교 현장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대회 상품을 미끼로 학생들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도록 가르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자 해당 설문은 지난 3일 즉각 종결됐다.

[출처=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 홈페이지]
[출처=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 홈페이지]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33)씨는 "스승의 날인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작은 선물도 갖고 오지 말라고 얘기하는 상황 자체가 불편하다"며 "교사들이 만든 날도 아닌데 청탁금지법 이후 스승의 날은 '스트레스의 날'로 느껴져 사기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부정청탁을 받는 날로 의식되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 날"이라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이처럼 부정청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의식한 세종(6개교)과 충남(259개교) 학교들은 학교장 권한으로 올해 스승의 날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현장 교사의 불편한 목소리는 국민청원에 등장하기도 했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2일 국민청원을 통해 "종이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된다. 이마저도 학생대표만 줄 수 있다는 지침은 어색하다"며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스승'을 격려하고 기리는 기념일을 '스승'이 원치 않으니 없애 달라는 것이다. 대전의 초등교사 이모(32)씨는 "5월 15일을 교육의 날로 지정해 교사·학생·학부모가 부담없이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청원에 찬성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정모(18)씨는 "청소년으로서 마지막 담임 선생님께 작게나마 감사의 선물을 드리는 것도 눈치 보인다"며 "카네이션 한 송이도 마음 편하게 못 드리는 게 요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누구를 위한 스승의 날인지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온 듯하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13일 오전 기준 3천174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13일 오전 기준 3천174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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