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52]
탈북자 [152]
  • 이광희
  • 승인 2019.05.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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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막 안은 보잘것없는 작은 공간을 가운데 두고 나무판자와 얇은 거적, 그리고 풀 무더기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폐 따차가 확실했다. 한 평 남짓한 가운데 공간에는 희미한 기름불이 시커먼 꼬리를 날리며 까무락 거렸고 그럴 때마다 우리의 그림자가 괴물같이 일렁거렸다.

가재도구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한 모퉁이에 일그러진 양은솥과 약간의 깡통, 그리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흉한 몰골로 버티고 앉은 양동이가 고작이었다. 옷을 걸어 둘 만한 곳도 또 이부자리도 보이지 않았다. 흉하게 내려앉은 각목들과 하늘이 간간이 올려다 보이는 천장, 두터운 거적으로 겹겹이 쌓인 창문, 어지럽게 널려진 판자, 눅눅하게 검버섯이 핀 채 녹아 있는 벽체, 발을 옮겨 놓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 숨이 막힐 것 같은 쾌쾌한 냄새 이런 것들이 움막의 전부였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선 채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내게 거적을 들어주었던 중년의 사내가 구석진 곳에 가서 앉으며 편히 앉을 것을 권했다. 따냐도 눈치껏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내들도 풀 무더기를 등받이 삼아 몸을 비스듬히 누였다.

장 선생은 이런 곳이 처음일 거야요. 이곳 사람들이 사용하다 버린 폐따차디요. 밤낮으로 늑대가 나타나 사람들이 살 수가 없어 버리고 간 마을이디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곳이 너무나 소중한 공간이 야요. 우리의 삶이 연장되고 있으니 끼니.”

“.........”

따냐 선생께 말씀을 들었는지는 모르디만 두려워할 것 없습네다. 이곳은 김 채린 동지께서도 다녀간 곳이니 끼니.”

? 채린이가?”

아참 이거 내 정신좀 보라우, 나를 소개하지도 않고서리 넋두리만 늘어놓았구만요. 내래 먼저 인사를 드리갓시요. 김천수 외다.”

그는 내게 목례를 한 뒤 잇따라 주변에 있던 사내들을 소개시켰다.

불빛에 보이는 그들의 몰골은 혐오감을 느낄 만큼 찌들어 있었다. 하나같이 꾀죄죄하게 땟물이 흐르는 옷을 걸치고 있었다. 오목하게 패인 볼과 볼썽사납게 들어간 눈자위 사이로 눈알이 반짝거렸다. 측은한 마음이 앞섰다.

장 선생님 담배 한 개피 만 주시갔시요?”

나는 조급히 담배를 통째로 뽑아 좌중에 내놓았다. 그러자 둘러앉아 있던 사내들이 허리를 당기며 담배가 놓인 곳으로 시선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차마 내게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피우세요.”

나는 서둘러 그들에게 담배를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모두들 순식간에 답배 불을 붙인 뒤 뽀얀 연기를 가슴 깊이 들이켰다.

김천수도 연신 연기를 들이키며 심호흡을 했다.

오랜 만에 피우니 끼니 어지럽구만요. 참으로 오래간 만이디요. 우리가 이곳으로 온 지도 두 달이 다 되어 가니끼니. 아참 모두들 조금 나가 주기요. 장 선생님과 둘이서 담화를 좀 나누어야 갔어.”

김천수의 말이 떨어지자 나태하게 늘어져 있던 사내들이 하나같이 못이기는 척하며 밖으로 나갔다.

김천수는 사내들이 나간 뒤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장 선생님이 오실 거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 설렜는지 모를 끼야요. 간밤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디요.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고 서리.”

그는 길게 연기를 내뿜은 뒤 담배꽁초를 맨발 뒷굽으로 짓이겨 껐다.

박 인석 동지 얘기는 들었디요. 참으로 안됐지요. 나쁜 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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